철강을 비롯한 경기 불황이 짙어지면서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까지 일부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의 공급 과잉 상황 속에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마주하면서다. 국내 2위 철근 업체 동국제강이 국내 최대 철근 생산공장인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전면 중단한 것은 1972년 공장 가동 이후 처음이다.
동국제강은 인천공장 압연공장 및 제강공장의 생산을 오는 7월 22일부터 중단한다고 26일 공시했다. 8월 15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으로, 25일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동국제강의 인천 압연·제강공장은 회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이곳은 1년에 철근 약 220만t을 생산하는데 국내 철근 생산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생산한 철근은 주로 국내 건설 현장에서 쓰인다.
동국제강의 첫 셧다운 배경에는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철근 공급 과잉이 자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지난 2023년 전년보다 16.6% 줄어 금융위기 때인 2008년(-6.1%)보다 감소 폭이 컸다.
동국제강 측은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60%로 낮춘 데 이어 올해 초 50%로 낮췄다”며 “이후에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한 달여간 가동률을 0%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과잉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생산 재개 예정일을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철근 시장은 제품 가격 하락과 저가 출혈 경쟁이 지속하면서 업체들의 적자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1위인 현대제철도 한 달간 연산 150만t의 인천공장 문을 닫았다. 동국제강과 마찬가지로 건설 경기 침체 속 철근 수요가 급감한 데다 중국산 철근의 유입까지 더해지면서 생산할 물건을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직경 10㎜ 철근의 t당 유통가는 지난해 10월 말 75만원에서 12월 말 67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1월 69만원, 2월 67만원, 3월 68만원 등으로 부진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셧다운이 이뤄진 지난달 공급이 줄면서 73만원 선으로 일시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도 지난해 11월 45년 넘게 가동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포스코 1선재공장에서 생산한 선재는 못, 나사 등의 재료,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 등으로 활용됐다. 포스코는 저가 중국산 선재의 유입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공장 폐쇄의 이유로 들었다. 글로벌 선재 시장 역시 철근과 마찬가지로 공급 과잉 상태다. 지난 2023년 글로벌 선재 시장은 약 2억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 수요는 9000만t에 그쳤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