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현대차 제쳤다… SDV 공개에 글로벌업계 긴장

입력 2025-05-27 00:17
로이터연합뉴스

토요타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에 한발 앞서며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다소 뒤처진 토요타가 독자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신차를 출시하며 SDV 분야에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SDV 상용화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예고했다. 뜻밖에 토요타가 치고 나가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SDV 개발 경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올 뉴 라브4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6세대 완전변경 ‘올 뉴 라브4’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라브4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토요타의 자체 OS인 ‘아린(Arene)’이 처음 탑재됐다는 것이다. 아린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비서 기능을 갖췄고, 첨단 안전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토요타는 “SDV 도전이 라브4에서 시작된다”며 “아린 구현의 첫걸음이자 자동차가 고객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길을 여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라브4는 1994년 처음으로 출시된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500만대 이상 판매된 토요타의 핵심 모델이다. 핵심 모델에 자체 OS를 탑재하며 SDV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OS는 자동차를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제어하도록 설계됐다. 이를테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가 스마트폰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차량용 OS도 소프트웨어중심차가 갖춰야 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차량 운전 기능이나 탑재 기기의 성능을 높이는 업데이트가 OS를 토대로 이뤄진다. 자체 OS를 갖고 있어야 맞춤한 기술 적용이 가능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SDV 기술에서 자체 OS 개발은 필수인 셈이다. 스마트폰 앱처럼 다양한 사업자가 자동차와 관련한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고, 이용자와 개발자가 늘어나면 신규 플랫폼을 운영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선 자체 OS에 기반한 SDV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 규모는 연평균 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2709억 달러(390조원)에서 2028년 4197억 달러(603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된다.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테슬라와 중국 업체다. 테슬라는 자체 OS를 구축했고, OS를 활용해 ‘구독 사업’도 벌이고 있다. 자사 차량 소유자를 대상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FSD)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중국 3대 고급 전기차 프랜드로 불리는 샤오펑, 니오, 리오토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자체 OS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를 공식 발표하고, 내년 2분기 출시 차량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사장은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되는 자동차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