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서 노동 공약은 주요 후보들의 입장이 선명하게 엇갈린다. 대선 결과에 따라 노동 현장과 경영 환경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주4.5일제를 내세우며 노동계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52시간제 예외 확대를 내걸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며 경영계를 옹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쪽으로 치우친 노동 정책이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낮은 생산성 등 한국의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각 당이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한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노란봉투법을 노동 분야의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법안은 하청업체가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한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의 혼란을 일으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후보도 같은 이유로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부터 노란봉투법에 반대했다.
근로시간·임금 정책도 차이가 극명하다. 이 후보는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는 주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포괄임금제는 법적으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전문직·고소득 근로자에게 주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법적 정년연장을, 김 후보는 경영계가 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를 공약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쟁점들이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공약에 ‘일자리’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 없고, 이중구조 완화, 노동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 문제를 짚는 노동개혁 목표와 담론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이념적·진영 논리적인 공약’이라는 평가가, 52시간제 예외에 대해서는 ‘시대를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과 기업 양측의 균형성을 갖지 않으면 입법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 정책의 부작용과 대안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하다”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일자리 혁신과 노동규범 변화 등이 절실한데 이런 큰 담론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규제 특례를 신청하면 최저임금·근로시간 등도 자체 적용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지역별·외국인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지역 실정에 맞는 최저임금제를 운영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구직자들이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근로시간 등 한국 노동 분야는 경제발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후진적”이라며 “노동 정책에서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성숙하게 운영하고 노사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박은주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