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여단장도 “곽종근, ‘대통령님이 의원 끄집어내래’ 말해”

입력 2025-05-26 19:12 수정 2025-05-27 00:01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오전 공판에 출석한 뒤 지지자를 바라보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오래”라고 말했다는 군 지휘관 증언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나왔다.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준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5차 공판에 출석해 “곽 전 사령관이 이같이 말한 뒤 2~3초 뜸을 들인 후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회에 도착했다고 보고했을 때 사령관이 의원들을 다 밖으로 내보내란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원 끄집어내라’ 지시가 사령관과 여단장을 통해 현장 출동 부대에 하달된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법정에선 이 전 여단장이 지시를 휘하 지휘관들에게 전달한 통화 음성도 공개됐다. 이 전 여단장이 2대대장에게 전화로 “(국회) 담을 넘어가. 그래서 1대대와 같이 의원들을 좀 이렇게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녹음이 재생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윤 전 대통령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에 대한 양측 의견도 들었다. 검찰은 “내란 혐의와 관련해 공모관계와 구체적 지시 시점을 명확히 알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화폰은 계엄을 위해 보급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서도 검토한 후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세 번째 공개 출석 과정에서도 “계엄 지시를 부인하느냐” “부정선거 영화는 왜 봤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대선 이후인 6월 9일 열린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