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비(非)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과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해당 법안들에 대해 ‘자중’을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6·3 대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자칫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논란이 확산되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논란이 된 법안을 발의한 박범계 의원과 장경태 의원에게 법안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장 의원은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100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 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고,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이 후보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입장은 아니다” “사법개혁에 힘 뺄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주춤하고 보수 진영 주자들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배경 중 하나로 ‘사법부 흔들기’에 대한 역풍이 지목되자 민주당은 결국 개별 의원의 입법권 침해라는 논란을 감수하고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을 철회했지만, 장 의원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을 일단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이 이 후보와는 관계없이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하며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에게 사전 보고한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 괜히 쓸데없는 논란이 되니까 선대위에서 결정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법관 증원 문제나 자격 문제는 당에서 공식 논의한 바 없다”며 “지금은 사법 관련 논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선대위에 지시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 개혁이 급선무라 지금 (사법 개혁은)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대법관 30명 증원법’ 등 유사 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선대위도 이 법안에 대해서는 철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대법관 정원 확대는 이 후보의 10대 공약에도 포함된 의제라, 대선 후 언제든 법안 처리 절차에 재가동될 수 있다. 윤 본부장은 이에 대해 “(30명 증원은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사법 개혁은) 의원 몇몇이 내놓는 수준에서 다뤄질 것이 아니라 신중히 논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김판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