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영향 우려” 결론 안 낸 법관대표회의, 대선 후 재개키로

입력 2025-05-27 02:30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26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진행된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회의는 2시간가량 열렸지만 입장 채택 없이 6·3 대선 이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고양=윤웅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 불거진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6일 열렸으나 결론 없이 회의를 대선 이후 속행하기로 했다. 대선을 8일 앞두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법원 안팎에서 나오며 안건 표결을 진행하지 못했다.

법관회의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2시간여 임시회의를 열고 추가 안건 상정 및 향후 절차 등을 논의했다. 전국 법관대표 126명 중 87~9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회의에 출석해 개의에 필요한 과반 정족수를 채웠다.

법관회의는 정오쯤 “오늘 회의는 종결하고 대선 후 회의를 속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석 90명 중 찬성 54명, 반대 34명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구체적 날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통지하기로 했다. 사법개혁이 6·3 대선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법관 회의체가 의결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법원 안팎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판사는 “대선을 앞두고 부담이 너무 컸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정 같다”고 말했다.


사전에 상정된 안건 2건에 더해 5건이 현장에서 추가 상정됐다. 이 후보 판결에 대한 유감 표명, 재판 독립 침해, 정치의 사법화 우려 안건 등이 추가됐다. 회의가 짧은 시간 진행돼 추가 안건 상정 논의가 주로 이뤄졌고 치열한 토론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판결과 관련해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안건 등이 추가됐다. 당초 법관회의 운영위원회 발의안에는 직접적인 ‘유감 표명’ 안건이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된 것이다. 회의 현장에서 제안자 외 9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안건을 추가 상정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안건에는 “판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사법부 독립에 심각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시도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새 안건으로 추가됐다. “정치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가 법원 재판 사항이 되고, 그 결과가 정치가 된다는 의미에서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는 내용이다. ‘판결을 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 절차 진행은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주장도 새 안건에 포함됐다.

다음 회의에서는 7건 안건을 놓고 입장 채택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 후보 판결 논란과 관련해 더욱 선명한 안건들이 추가로 상정되면서 속행 회의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안건을 두고 의견 대립이 지속될 경우 다음 회의에서도 최종 안건 의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속행 회의는 재석 87명 중 찬성 48명, 반대 35명으로 전면 원격회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