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투표율도 조작하나

입력 2025-05-26 18:59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권자들의 극심한 선거 불신 속에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이 승리했다. 야당과 여론조사업체들은 투표율을 10%대로 추정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장악한 선거관리위원회는 40%가 넘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해 7월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 속에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개표가 90% 이상 완료된 가운데 통합사회주의당이 총선에서 득표율 82.68%를 기록했고, 주지사 선거구 24곳 중 23곳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는 “정권에 장악된 선관위가 집권당 승리를 선언했다”며 “야권이 유권자들에게 투표 보이콧을 촉구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은 당국도 인정할 만큼 저조했다”고 전했다.

선관위가 밝힌 투표율은 42.6%지만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투표 종료 1시간 전까지 참여율이 12.56%에 불과했다”며 통계 조작을 주장했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도 여론조사업체 메가아날리시스 집계 결과 투표율이 12%를 조금 넘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델포스가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설문에서도 투표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15.9%에 불과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수도 카라카스 투표소에는 유권자보다 군인이 많았다”고 전했다.

소총을 들고 투표소 앞을 지키고 있는 군인.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대선 이후 유권자들의 선거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실시됐다. 당시 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마두로의 승리를 선언하자 야권과 국제사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마저 선관위 결정을 인정하면서 마두로는 올해 3선 임기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선거에서 인접국 가이아나가 실효지배 중인 에세퀴보 지역을 선거구로 지정하고 주지사 1명과 국회의원 8명을 선출하는 투표를 강행했다. 가이아나 국토 전체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에세퀴보에는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인근 바다에선 유전도 발견됐다. 미 국무부는 “마두로 정권이 가이아나 영유권 훼손을 시도했다”며 “이번 선거는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