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제각기 다른 대출금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규제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로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리를 높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낮아진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리를 내리는 곳도 있다. 금리가 낮은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급기야 은행이 하루 신청 대출 건수를 제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 구입자금 상품의 주기형·혼합형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큰 폭으로 확대했다. 우대금리를 높이면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은행 금리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시장금리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관한 판단에 따라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며 잡히는 듯싶었던 가계대출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으로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전월 대비 4762억원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4조5337억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도 지난 23일까지 전월 말 대비 3조933억원 늘어난 상황이다.
다른 한편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으로서는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높여뒀던 가산금리를 내릴 수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제각각 전략에 대출금리가 달라지자 금리가 낮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쏠림 현상도 일어난다. 최근 국민은행의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다고 소문나자 대출이 급증해, 결국 주담대가 150건으로 제한됐다. 이에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당일 대출이 마감되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그러나 26일 기준 KB국민은행 대면 주담대 상품의 변동형 금리는 4.05~5.45%다. 농협은행의 6개월 변동금리가 3.38~5.93%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 기준 0.67%포인트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