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향한 그리움의 편지 쓰며 부부의 참된 의미 깨달아”

입력 2025-05-27 03:15
최은평 장로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북쌔즈’에서 출간한 책 ‘그리움은 별이 되어’를 들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별이 된 당신, 너무도 그립습니다. 그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나 영원히 함께할 날을 기다립니다.”

35년간 껌딱지처럼 붙어 지낸 천생연분의 아내를 지난해 9월 췌장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최은평(본명 최남철·64) 지구촌교회 장로는 깊은 상실감 속에 아내를 향한 그리움의 편지를 써내려갔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던 슬픔이 이 과정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치유됐다. 하루하루 쌓인 편지는 지난 1월 책 ‘그리움은 별이 되어’로 출간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장로는 “종(鐘)이 아파야 깊게 멀리 울 듯 우리 부부의 가슴 시린 사연이 무너져가는 이 시대의 부부와 가정을 살리는 메아리로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인 최 장로와 조경설계 전문가인 성연숙 권사의 만남은 교회 선교잡지 편집팀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된 이후로도 동역은 이어졌다. 최 장로는 “교회 누나로 만난 아내가 소천하기 전까지 교회 문서선교팀에서 동역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회고했다.

최 장로가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민낯의 가정사를 책으로 공개하는 부담을 감수한 건 자신이 경험한 은혜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부부의 연합을 나무에 비유하자면 한데 접붙여 놓은 두 나무가 비바람과 눈 서리, 땡볕 받으며 옹이가 박히고 새살이 돋아 접합 부위를 감싸안 듯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는 관계”라고 말했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이를 통해 가정이 회복되는 경험을 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 장로는 “한 지인 장로님께서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에게 이 책을 선물했는데 이를 읽고 극적으로 화해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며 “탤런트 출신의 임동진 목사님은 책 이야기를 ‘모노드라마 형식의 연극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다”고 했다.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 필명 ‘은평(恩平)’을 사용하고 있다. ‘화평케 하는 자’(마 5:9)로 살겠다는 소명을 담은 것이다. 최 장로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화목하게’ ‘부부와 가정을 화목하게’ ‘사회와 국민을 화목하게’ 등 전도사역에 여생을 헌신하고자 한다”며 5개 국어로 번역된 간증집 ‘놀라운 사랑, 한량없는 은혜’ 등으로 문서선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내가 힘든 항암치료 중에도 목장 식구들에게 전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렵니다’라는 단단한 다짐을 대신 품고서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소망을 이렇게 전했다.

“아내가 소천한 이후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늘로 소풍을 떠난 내 사랑이 하늘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나도 언젠가 하나님이 부르실 때 이 땅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마치고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소풍을 떠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