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의 거물인 젠슨 황(사진)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은 반드시 원자력발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 대만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만은 지난 17일 마지막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식적으로 탈원전 국가가 됐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24일 대만에서 열린 ‘AI 트렌드 인사이트 서밋’ 연설에서 “향후 10년간 AI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에너지 문제”라며 “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원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에너지가 사회적 낙인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대만에서 영향력이 크다.
국민당은 25일 성명을 내고 “산업계, 학계,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라이칭더 총통은 원전 재가동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경제 발전을 도외시하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제2야당 민중당 의원단도 이날 “대만은 세계 반도체의 중심이고 해마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민진당의 탈원전 정책은 이성과 과학, 실용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은 총 6기의 원자로를 가동했지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전 총통의 공약으로 2016년부터 탈원전을 추진했다. 마지막 원자로인 마안산원전 2호기의 가동을 지난 17일 중단하면서 대만의 원자력발전량은 0이 됐다.
라이 총통은 지난 20일 원전 재가동에 필요한 세 가지 원칙으로 안전 우려 해소, 핵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제시하면서 탈원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