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 발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연일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실질적 정책 설계도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24일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는 공약집 없이 깜깜이로 치러지는 촌극이 벌어졌고, 29~30일 사전투표 일정에 맞추기에도 빠듯할 전망이다. 양당은 공약집 지각 발간 이유로 조기 대선, 후보 확정 지연 등을 들지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에서 투표 11~22일 전 공약집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은 안중에도 없는 행위다.
이처럼 입으로만 믿거나 말거나 식 공약을 쏟아내다 보니 이를 뒷받침할 재원 대책조차 제대로 제시될 리 없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분석에 따르면 이 후보 공약 247개에는 210조원, 김 후보 공약 302개에는 15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 합산만 해도 360조원 규모로 2025년 정부 총지출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양 후보 모두 이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세정 혁신, 감세 등 모호하고 원론적인 대책만 제시할 뿐이다. 예들 들어 두 후보 모두 ‘간병비 급여화’를 약속했고, 이 후보는 아동수당 확대와 농촌기본소득, 김 후보는 전국 단위 주거 지원과 법인세 인하 등 세수 감소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세수 감소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의 파급 효과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 공약은 후보와 유권자간 사회계약이다. 그 계약서는 지금 미완성인 채 선거장으로 유권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무엇을 보고 표를 찍으라는 것인가.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실현 가능성도, 재정 건전성도 따지지 않은 채 뿌리는 포퓰리즘 공약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올 뿐이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당장 공약집을 공개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과 재원 조달 방안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한 말이 아니라, 책임을 지기 위한 말이 나와야 할 때다. 참정권은 허울뿐인 장밋빛 말이 아니라, 책임있는 비전과 맞닿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