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디 체스터 페랄타(7)의 꿈은 농구 선수다. 농구는 필리핀의 국민 스포츠로 동네 곳곳에 농구 골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선천적 심장기형인 ‘단심증’ 환자인 페랄타는 늘 친구들의 경기를 구경만 했다. 구경 만으로도 숨이 차 어딘가에 앉아야만 가능했다.
단심증은 좌심실과 우심실 두 개로 나뉘어 있어야 할 심장에서 하나의 심실만 제대로 기능하거나 형성된 걸 말한다. 청색증과 호흡 곤란, 발육 지연 등을 동반하면서 청소년기 이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런 페랄타가 새 생명을 얻었다. 서울 송파구 주님의교회(김화수 목사)의 지원 덕분이었다. 3년 전부터 필리핀 마닐라 인근의 대표적인 쓰레기 마을인 로드리게스에서 의료 선교를 하는 교회는 현장에서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여러 아이를 만났다.
필리핀 어린이들의 선천성 심장병은 심각한 공중보건 과제로 꼽힌다. 해마다 최대 1만5000여명이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술 비용도 한화로 5000만원을 웃돌 정도로 비싸다. 돈이 있더라도 수술 순서를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교회는 칠드런스 퓨처(이사장 김도묵 장로)와 함께 선천성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하기로 했다. 이미 4명이 한국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뒤 건강을 되찾았고 이번에 페랄타를 비롯한 3명이 이대서울병원의 수술대에 올랐다.
페랄타가 교회를 찾아 교인들을 만난 건 25일 오전이었다. 함께 수술을 받은 에셔 이달라(3) 라이덴 오피아자(10)는 회복 중이라 이날 함께 오지 못했다. 눈이 큰 페랄타는 며칠 전 수술을 받았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도 교인들과 인사할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페랄타는 “건강해져서 너무 행복하고 학교도 혼자 걸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집에 가면 가장 먼저 친구들과 농구를 할 거고 이다음에 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차리자 페랄타(46)씨는 “병세가 굉장히 심해 항상 아들을 안고 1㎞ 넘는 거리의 학교를 오갔다”면서 “주님의교회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랑스러운 막내가 분명 오래 살 수 없었을 것 같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김화수 목사는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이 공항으로 가 아이들을 모셔 오고 홈스테이도 자원했다”면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린다는 보람이 무척 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은 조력자인 김도묵 이사장도 “심장병 때문에 왔지만 한국에서 검사하면 다른 병도 많아 수술과 회복이 쉽질 않다. 자칫 아이들이 잘못될까 봐 늘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그래도 건강을 되찾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큰 기쁨을 느끼고 이들의 꿈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