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구 밖에 한 점만 준다면, 나는 그 점을 지렛대로 삼아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 지렛대가 될 만한 객관적인 관점을 찾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자기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온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경향이 생긴다. 전문적인 직업활동을 할 때도 편협된 생각을 가지지 않고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조명해 성찰하면 더 전문적이며 윤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찰적 태도와 객관적인 시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행동을 점검받고 성찰할 기회가 필요하다. 슈퍼비전이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도구가 된다.
슈퍼비전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감독자가 교육자에게 업무 수행 능력과 전문성을 향상하는 교육적 훈련 과정이다. 상담자 법조인 사회복지사 임상목회교육(CPE) 등 여러 전문과정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자기 성찰을 통해 전문성을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 상담자를 교육할 때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슈퍼비전을 실시한다. 이는 상담자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내담자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식 중 하나다.
임상목회교육은 말 그대로 임상에서 실천하는 목회를 교육하는 분야다. 임상목회교육에서도 환자와 성도를 더 효율적으로 돕기 위한 개인슈퍼비전과 집단슈퍼비전을 제공한다. 슈퍼비전을 진행하다 보면 내담자나 환자, 성도를 돕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이 과정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는 ‘자기인식’을 가지는 게 우선돼야 한다.
슈퍼비전을 통해 자기인식을 갖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교회 지도자로 세워질 필요가 있다. 신학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성도들 삶의 현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목회자를 배출해야 한다. 한국의 목회자 안수 과정에도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슈퍼비전 경험이 포함된 임상목회교육이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슈퍼비전을 경험한 교회 지도자는 정치적 쟁점이나 개인적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실현하는 균형 잡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슈퍼비전이 필요하다. 자신의 활동과 가치관에 대해서 전문가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고 성찰하면 더욱 안전하고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슈퍼비전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슈퍼(Super)+비전(Vision)’은 더 큰 비전을 가지도록 해준다. 숲속 안에 있으면 나무밖에 안 보이지만 좀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보면 숲 전체가 보인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이러한 슈퍼비전이 필요하다. 순간순간에 얽매여 끌려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조감도를 갖고 인생의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하는 작업이 슈퍼비전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슈퍼비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좌표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슈퍼비전을 받지 않아도 동료에게 자신의 행동에 관해 물어보고 자기 삶의 과정과 고민을 물어보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도 슈퍼비전이다. 같은 고난을 경험해도 어떤 사람은 그 고난을 잘 극복하고 고통을 통해 성장하지만 어떤 사람은 같은 고난에도 절망과 좌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는 성찰의 능력이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한걸음 나와서 문제에 대한 객관화된 생각으로 합리적인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을 분류해 합리적 생각을 확장하고 비합리적인 생각을 중단하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전문가에 의한 슈퍼비전이든 개인이 스스로 설계하는 셀프슈퍼비전이든 삶에 대한 성찰적 조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안전한 전문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한 개인이 더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슈퍼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