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선교 현장에서 꽃피는 임상목회교육

입력 2025-05-27 03:08

군종 목사에게 임상목회교육(CPE)은 일상이면서 실전이다. 병사들과의 상담에서 상투적 위로가 아닌 진짜 마음을 듣고 극도의 긴장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공감의 힘으로 관계를 회복하며 병영 생활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

군선교는 인간 한계의 벼랑에 선 자리다. 군이라는 특수 환경은 일반교회보다 더 다양한 심리적 정서적 과제를 안고 있다. 훈련소에서 눈물을 삼키는 신병과 야전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우는 병사, 군 기강과 개인의 아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간부까지, 군종 목사는 이들의 아픔과 분노 고립을 온몸으로 맞닥뜨린다.

그러다 보니 군선교 현장에서 진행되는 CPE는 치열한 현장에서 목회자의 내적 역량을 다듬고 군복 입은 사역자의 정체성을 세우는 훈련이 된다. CPE가 단지 한 명의 목회자 개인을 훈련하거나 내면 감정을 탐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군종 목사가 야전 훈련 후 쓰러진 병사를 돌본 뒤 “내가 이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었을까”라고 고백하며 무력함과 죄책감을 보였다.

이후 이 내용을 감독자와 교육받는 동료들과 공유하며 그룹 평가를 나눴다. 이 군종 목사가 감독자와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특정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패턴을 돌아보는 것은 군 CPE 핵심을 잘 보여준다. 이 교육과정에서의 비전과 피드백은 군종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과 목회 방식, 감정과 반응을 깨닫게 해 목회자로서 소명을 새롭게 정립하게 도와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CPE는 주로 병원 사역자나 목회상담 전문가를 위한 특수교육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CPE의 본래 목적은 상담훈련뿐 아니라 목회자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삶의 현장 속에서 신학과 실천을 통합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군종 목사들이 CPE 훈련에 참여해 군선교 현장을 강하고 건강한 믿음의 공동체로 세워가기를 소망한다. 이 훈련은 군선교 사역자가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명 앞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는 거룩한 자리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유진 육군 군목 (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감독·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