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삶으로 살기 원한다면

입력 2025-05-27 03:07

설교 한 편과 성경 지식 한 줄로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 교회는 이처럼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목회 현장은 상처 상실 존재의 무게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언변이나 고도의 학력이 아니라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에 진심으로 닿는 능력이다.

임상목회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CPE)은 말 그대로 임상과 목회를 결합한 실천신학의 분야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목회자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관계적 감수성을 키우며 목회 인격을 세우게 된다.

CPE는 목회자 자신과 성도, 환자, 내담자, 고통받는 이들을 ‘살아있는 인간 문서’로 읽는다. 목회자는 먼저 자신의 상처 신념 두려움을 탐구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렇게 자기 성찰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읽어낼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간다. 임상목회교육생이 병원 임상훈련 중 암 환자의 죽음 앞에서 말을 잃고 눈물을 흘린 경험을 나누고, 자신 안에 있는 죽음의 공포를 깨닫는 과정이 대표적인 훈련 사례다.

CPE는 자기 성찰, 대인 관계 훈련, 임상 훈련이라는 실천적 목회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동료들과의 피드백이나 감독자와의 교육적 관계성을 통해 자신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고통받는 이의 자리에 서서 경청하고 공감하는 법을 익힌다.

오늘날 교회는 말만 하는 목회자를 기대하지 않는다. 기존의 설교나 축도와 같은 종교적 행위만으로는 치유되지 않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목회자 역시 임상적 소양이 요구된다. 성도들은 목회자의 진심 어린 공감과 실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다. 신앙과 목회의 위기 시대에 교회가 새롭게 회복되려면 목회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CPE는 그 변화의 필수 통로다. 이 시대의 복음을 삶으로 살기 원하는 목회자라면 반드시 마주해야 할 과정이다.

이기춘 전 감신대 목회상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