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한학자 총재 향하자… 통일교 내부, 책임 떠넘기기 양상

입력 2025-05-25 19:10 수정 2025-05-26 00:07

통일교 간부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청탁 관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칼끝이 한학자 총재를 향하면서 통일교 내부 분란이 감지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65)씨를 통해 샤넬백 등을 건넨 의혹의 당사자인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모든 게 총재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며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내부에 윤 전 본부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론직필’이라는 입장문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 총재의 출국금지 보도와 통일교 윗선을 향한 수사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무능한 지도부의 오만’을 언급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장문은 “윤 전 본부장의 의혹에 통일가(통일교) 지도부가 개인 활동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한 총재의 출국금지가 내려진 건 내부 지도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올초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내부에서 제기된 횡령 등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에도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에 중요한 사항을 충실히 보고드리고, 그의 뜻을 최우선 삼아 모든 결정을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전씨를 통해 6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1000만원대 샤넬백 2개 등을 건네며 통일교 숙원 사업을 청탁할 당시 선물 제공을 단독으로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윤 전 본부장 소환 조사에서도 한 총재에게 보고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25일 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총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아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통일교 측은 “메시지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며 윤씨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교 측은 이날 ‘통일교 식구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어느 개인의 사적인 동기와 행동”이라며 “반드시 죄를 청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일교 내부에서는 윤 전 본부장을 향해 안팎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공개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내에선 이번 검찰 수사가 한 총재를 비롯해 통일교 전반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한 총재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향하려다 출국 금지 조치 때문에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통일교 측은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조만간 한 총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거나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향후 수사 확대에 따라 한 총재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통일교 내부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검찰의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