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6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때 251명이 납치됐지만 아직까지 58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가족은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재개한 지상전이 인질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조속한 석방 및 귀환을 위해 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군 복무 도중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실종된 이타이 첸의 아버지 루비와 어머니 하기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인질·실종자 가족포럼 본부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아들이 가자지구에 있었다면 우리가 600일 동안이나 이렇게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58명의 남은 인질 모두에 대해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루비는 “나는 미국계, 아내는 독일계여서 아들 이타이는 미국이나 유럽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후손으로서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이 실종된 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이 미흡해서 인질·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포럼을 만들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타이는 하마스 기습 당일 전투 중 숨진 채로 가자지구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마스는 이타이의 소재나 사망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루비는 아직 아들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살아 있는 인질뿐 아니라 시신 수습까지도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질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인질 석방·귀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쟁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하마스 해체와 인질 귀환은 같은 시간 선에 있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보다 하마스 해체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기습 당시 납치된 님로드 코헨의 어머니 비키 코헨도 한국 기자단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확대에 반대한다”며 “이는 인질의 안전을 위협한다. 전쟁을 멈추고 인질 전원을 돌려보낼 수 있는 합의안을 체결하는 것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낫다”고 호소했다. 님로드는 돌아오지 못한 인질 58명 중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여명 중 한 명이다.
텔아비브=글·사진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