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공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에선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금융 정책이 사회 안전망이라는 인식하에 공공성과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주도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각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이 후보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권의 지나친 사익 추구를 방지하고 국민 삶의 안전망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삼았던 기본소득을 내려놓고 ‘기본사회’라는 포괄적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금융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불완전 판매 규제, 사모펀드 개혁 등을 내걸었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추진해온 은행권 가산금리 규제도 공약에 포함했다. 가산금리 산정 시 출연금과 보험료 등 법적 비용의 금융소비자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해 원리금상환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가산금리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법안 통과가 추진되고 있다.
이 외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채무자 중심의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내놓은 공약들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난점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잘 조정해야 한다”며 “경제성장률이 0%인 상황에서는 분배가 큰 의미가 없다. 장기 성장 확충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 후보는 금융 역시 산업의 한 갈래라는 인식 아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한다. 김 후보 관련 공약의 핵심은 투자 활성화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경쟁력 제고에 있다. 이 후보가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 비교할 때 규제 철폐와 민간 활력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다만 김 후보 역시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공유한다.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을 설립해 현재 신용보증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분산돼있는 서민금융 기능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취약계층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추진 공약과 맥이 닿아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두 후보의 공약에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등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금융 공약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임시방편식의 지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폐업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공약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취약계층 금융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수익성이 안 나오기 때문인데, 전문은행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 공약에선 20대 대선에 이어 연이어 출마하는 이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금융·자본시장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이슈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협의회를 가지는 등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초반 목표만 있고 실행 방안 등이 부족했던 공약에 살을 붙이는 느낌”이라며 “공약 실천 여부는 이후 따져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본다면 국민의힘보다는 준비가 더 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현재 양당 후보의 금융 공약은 정부 재원이나 규모 등은 물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큰그림’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난 후 정책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은 독과적 산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면서도 역시나 시장의 원리에 의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책임과 산업 성장 둘 중 어느 것이라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황인호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