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표준수가제, 수의계 반발 넘어설지 관심

입력 2025-05-26 00:16
사진=김문수 캠프 제공·연합뉴스

반려동물 분야의 ‘뜨거운 감자’인 표준수가제 공약이 다시 한 번 대선판에 등장했다. 다만 동물의료 인프라 부족과 수의계의 반발 등이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공약 실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1일 주요 반려동물 관련 공약으로 표준수가제 도입과 펫 보험 제도 활성화를 발표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동물 병원비가 월평균 양육비의 40%에 이르러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고 표준 진료절차를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표준수가제란 반려동물이 받는 의료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각 진료·처치에 대한 비용을 통일하는 제도다. 일선 동물병원이 유사한 치료에 많게는 수십배씩 비싼 비용을 요구해 반려인들의 부담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전국 동물병원의 혈액검사 비용(전혈구 검사비·판독료)은 최저 7000원, 최고 18만원으로 차이가 25배에 이르렀다. 펫 보험 업계 역시 활성화를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문제는 표준수가제가 한 차례 불발된 공약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의 표준수가제 도입 공약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후보 모두 표준수가제 도입을 공약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 표준수가제 도입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전국 반려동물 진료비 조사, 진료비 게시 항목 확대 등을 추진하는 ‘준비작업’ 수준에 그쳤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진료 항목·비용 공개 의무화’ 공약도 기존 윤석열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물의료 분야의 인프라가 표준적인 진료비를 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표준수가제 도입이 자칫 의료 품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 반발을 의식한 결과다. 수의사들도 여전히 표준수가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진료 범위나 내용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업계 특성상 표준수가제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도 ‘속도 조절’을 시사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일종의 행정지도 방식으로 먼저 접근하고 추후 (반려동물) 일반 보험 제도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 의지를 갖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 나가면 지난 정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