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와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

입력 2025-05-27 03:10

30년 이상 흡연한 김모(67)씨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진단을 받았다. 초기엔 가벼운 기침과 숨 가쁨이 전부였지만, 점차 증상이 악화돼 간단한 집안일도 힘겨워졌다. 결국 산소 호흡기를 착용했는데 이동할 때마다 산소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그는 “잠자기도 어렵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힌다. 친구 만나는 것도 힘들어지니 점점 고립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COPD는 호흡기의 기류 제한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폐 속의 기도와 폐포가 손상되면서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 COPD는 주로 폐기종과 만성 기관지염을 포함하는 질환군을 의미한다.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 질환의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유해 물질이 폐 조직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기도와 폐포를 변형시킨다. 그러나 흡연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 직업적 유해 물질(광산업 건설업 제조업 종사자가 흡입하는 화학 물질이나 먼지)이나 장기간의 실내 연료 연소(목재나 석탄을 난방·요리에 사용하는 경우) 등도 COPD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이 대표적으로 선천적으로 폐 보호 기능이 부족해 조기에 COPD를 유발할 수 있다.

COPD의 진단은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폐활량 측정으로 기류 제한 정도를 평가하며,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한 후에도 1초 동안 내쉴 수 있는 공기량(FEV1)이 전체 폐활량(FVC)의 7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를 COPD로 진단한다. 아울러 환자의 병력과 증상, 흡연력과 영상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진한다.

COPD의 중증도는 증상과 폐 기능 저하 정도에 따라 나뉜다. 경증 단계에선 간헐적인 기침과 가래가 나타나며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중증 단계에서는 신체 활동 시 호흡곤란이 자주 발생하고, 반복적인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중증 단계에 이르면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심해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최중증 단계에선 만성 호흡부전이 진행돼 산소 치료가 필요해진다. 심폐 기능 저하로 인해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다.

COPD 치료는 질병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금연으로, 질병 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약물치료로는 기관지 확장제와 흡입용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된다. 필요에 따라 경구용 스테로이드나 항생제가 처방되기도 한다. 재활 치료는 호흡 근육을 강화하고 폐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한 경우 장기적인 산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폐 용적 감소 수술이나 폐 이식이 고려되기도 한다.

최근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줄기세포가 폐 조직을 재생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간엽줄기세포(MSCs)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 손상된 폐포를 복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과 성장 인자는 폐 조직의 섬유화를 억제하고 기도의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선한목자병원도 앞으로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통한 COPD 치료를 임상 연구할 계획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다. 다만 말기 COPD 환자는 완화 치료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치료의 주요 목표로 삼는다.

COPD는 조기 진단과 아울러 운동과 식습관의 철저한 관리로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나님이 주신 나의 숨을 돌보는 것이 곧 삶을 돌보는 일’이란 믿음으로 건강한 호흡을 위한 실천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