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사랑을 기피하는 시대라지만, 사랑 이야기엔 여전히 힘이 있었다. 이 시대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해 온 국민일보 갓플렉스(God Flex)가 24일 오후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에서 ‘청년, 사랑, 삶’을 주제로 연 집회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닮아 가려는 이들의 고백과 에너지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갓플렉스에서 경험한 럽플렉스
이날 본격적인 집회가 열리기 세 시간여 전부터 교회 안엔 흥겨운 찬양과 환호, 웃음소리가 흘렀다. 기독교 굿즈 브랜드, 안산제일교회 청년부, 안산 지역 캠퍼스 연합선교회,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 등 20여개 업체와 기관이 참여한 팝업스토어 현장에서다.
교회 입구엔 먼저 빨간 풍선과 네온사인으로 꾸며진 파티룸 같은 포토 부스가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전 홍보된 팝업스토어를 찾아 일찍부터 현장에 온 참가자들은 머그컵 키링 디퓨저 의류 문구류 등 다양한 굿즈의 향연을 즐겼다.
2020년부터 이번까지 8차례 진행된 갓플렉스 현장에 팝업스토어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산 지역 청년들과 새로운 경험을 나누려는 시도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10%)를 교회에 기부해 안산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과 청년에게 흘려보내는 ‘럽플렉스(Love Flex)’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안산 지역 내 다른 교회를 다닌다는 강선영(23)씨는 “크리스천 굿즈가 생각보다 다양해 놀랐다”며 “수익금이 안산 지역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청년 상담심리지원에 쓰인다고 해서 더 의미 있게 지갑을 열었다”고 말했다.
쌍방향 토크·찬양·메시지 어우러져
오후 6시, 교회 본당 2000여석을 가득 채운 본 집회가 유튜브 ‘종리스찬TV’ 이종찬 전도사의 토크콘서트로 시작됐다. 무대 정면 초대형 LED 화면에 익명 오픈채팅방이 등장하고, 현장에서 청년들이 올린 질문에 이 전도사가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호감과 사랑을 구분하는 기준을 묻는 한 청년에겐 CS 루이스의 말을 인용해 “하나님께선 스스로에겐 덜 집중하고 타인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설계하셨다”며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의 감정이라 봐도 좋다”고 말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놓고 갈등하는 이에 대해선 “물고기를 많이 가진 사람보다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를 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 전도사에 이어 찬양팀 ‘잔치공동체’가 무대에 올랐다. “마음 모아 주님을 높이는 것이 여기 모인 이유”(‘우리 주 안에서 노래하며’ 중)라고 찬양하던 청년들이 객석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나와 온몸으로 찬양하면서 예배당은 들썩였다. ‘예수 나의 좋은 치료자’를 함께 부르며 일상 속 마음의 상처, 두려움으로 억눌린 마음을 고백할 땐 눈물을 닦는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1시간여 찬양으로 뜨겁게 달궈진 무대에 임형규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다. 임 목사는 ‘무엇이 사랑이 아닌가’를 역설하며 울림을 줬다.
“첫째, 상대방을 내게 맞추려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나와 안 맞는 것 같은 누군가에게 내 자존심과 고집, 옮음에 대한 기준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둘째, 나를 지키려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십자가 사랑에 힘입어 하나씩 자신을 무장 해제시킬 때 찾아 헤매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될 겁니다.”
설교 후 뮤지컬 배우 황바울 가수 간미연 부부가 메신저로 나와 내려놓음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진정으로 하나 된 과정을 나눴다. 간미연은 "남편과 다른 성향으로 인해 잦은 갈등을 겪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황바울은 "힘든 순간마다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할 때 갈등이 해소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 강연자로는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JTBC)에서 조언을 전하고 있는 이광민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나섰다. 그는 상처 없는 사랑을 바라거나 상처를 받기도 주기도 싫어서 사랑을 거부하는 세태를 언급하며 "사랑할 때 상처는 기본값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책임과 연대의식"이라며 "티격태격 싸우더라도 책임감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망을 품을 수 있을 때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요환 목사는 집회를 마무리하며 "불완전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며 "하나님을 통해 공급받는 사랑의 힘으로 청년들이 멋지게 예배하고 더 많이 뜨겁게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갓플렉스의 열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박건하(20)씨는 "요즘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교회도 무너진다고 하지만 집회를 통해 기도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갓플렉스에선 준비과정부터 지역 교회와 개최 장소 성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빛났다. 안산제일교회 청년부 공식 SNS 계정엔 밸런스 게임, 사랑 담은 필름카메라 이벤트 등이 이어지며 사전 공감대를 형성했고, 안산지역조찬기도회에서도 갓플렉스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안산=최기영 유경진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