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맞아 각당 후보들은 너나없이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중흥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 1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을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AI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과학 영웅 예우 제도’를 발표했다. 후보들이 어려운 경제를 헤쳐나가기 위한 신성장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지원보다 중요한 고급 인력 양성과 활용 방안이 빠져 있는 건 유감이다. 국민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이공계 엘리트’ 시리즈는 이공계 인력 이탈을 방치할 경우 ‘기술 한국’ 건설은 사상누각이 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도를 보면 지난해 국내 공학계열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1만명에 달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입학생 10명 중 3명 꼴로, 해외 유학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잖은 석박사 고급 인력들이 한국을 등진 셈인데 이들은 하나같이 국내의 열악한 대우, 부족한 일자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공계 박사 배출 대비 박사급 인력 일자리 증가 규모는 1990년대 260%에서 2016~2020년에는 54%로 대폭 줄었다. 이공계 박사 10명 중 6명은 박사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가 속속 사라지고 있는데 100조원 투자, 인재 20만명 양성 공약이 이공계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와닿겠나.
고급 두뇌 확보는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을 이기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신규 졸업 유학생의 중국 내 취업 지원자 수가 2018년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정부와 기업 차원의 막대한 투자 덕분이다. 우리는 가뜩이나 의대 광풍으로 이공계 인력 자체가 줄어드는 판국이다. 애국심에만 호소해 인재의 탈한국을 막을 단계는 지났다. 능력에 걸맞는 보상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 돈 문제 외에도 이들이 마음껏 일하고 아이디어를 내도록 학교와 기업의 조직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한국은 자원이 변변찮아 가진 게 사람밖에 없다. 고급 인재 한 명, 한 명이 첨단 산업·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해외 인재 영입은커녕 국내 인재의 유출도 막지 못하면서 무슨 대한민국 미래, AI 강국을 운운한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