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 어린이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사랑을 품고 달리다

입력 2025-05-26 03:03
‘기부 마라톤 2025 라이트업! 키즈레이스’ 초등부 참가자가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유수지체육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네 살배기 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른까지 저마다의 속도로 뛰었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골인 지점엔 경쟁도 순위도 없었다.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이들의 미소만이 남았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대표 홍민기 목사)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유수지체육공원 일대에서 ‘기부 마라톤 2025 라이트업! 키즈레이스’를 개최했다.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공원 안은 인파로 가득했다. 형형색색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과 손을 맞잡은 부모들, 저마다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푸는 참가자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번 마라톤은 ‘한 걸음 달릴 때마다 희망이 자라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올해 첫 회인 대회에는 유아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참가비 전액은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을 통해 국내 결식 우려 아동의 식사비 지원에 사용된다. 굿러너(공동대표 예상국 이윤주)는 행사 운영을 도왔다.

마라톤은 어린이들이 뛰는 0.5~3㎞ 코스와 일반부 5㎞ 코스로 각각 진행됐다.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번졌다. 사회자가 시작을 알리자 참가자들이 힘차게 발을 뻗었다. 구간마다 라이트하우스와 굿러너 자원봉사자들이 종을 들고 길을 안내했다. 길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곤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일반부 참가자가 뛰는 모습.

이날 5㎞ 코스에 도전한 기자의 컨디션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코감기로 숨쉬기조차 버거웠고, 연골연화증을 앓는 왼쪽 무릎이 서서히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2㎞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까’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 무렵, 유모차를 밀며 뛰는 백종화(38)씨가 옆을 지나쳤다. 한눈에 봐도 힘겨워 보였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차게 달렸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용기를 냈다. 그리곤 지금 내딛는 이 발걸음이 배고픔을 참는 결식아동들에게 희망과 용기로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5㎞를 완주했다. 기록은 24분 59초. 완주한 이들에겐 기념 메달을 비롯해 물과 간식이 주어졌다. 메달 뒤에는 ‘모든 발걸음이 희망을 가져다준다’(Every step delivers hope)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101번째 선수가 들어오면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번 참가비로 모인 금액은 1000만원 남짓. 500여명 참가자들이 함께 모은 이 정성은 결식아동이 있는 150가정에 한 달간 반찬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이은용 목사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누군가에겐 생명의 희망이 된다”며 “이 자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현장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이형준(45) 국민주(44) 부부는 딸인 이윤솔(3)양과 함께 처음으로 마라톤에 참여했다. 부부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큰 힘이 되진 못하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