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2일, 강남제일교회에서 위임목사로서의 마지막 퇴임식을 하고 목회 40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작곡가로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며 “한국 찬송가 1000곡을 작곡해 하나님께 봉헌하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목사 은퇴 후 작곡가로서 남은 생을 바치기로 한 것이다.
목사가 되기 전,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본래 전공은 작곡이었으나 교회 목회와 학교 행정에 매여 하고 싶었던 찬송가 작곡에 온전히 몰두하지 못했다. 은퇴 당시까지 작곡한 찬송가를 모아보니 300여곡이고, 그중 세 곡이 현행 찬송가에 수록되어 있다. 1000곡을 완성하려면 700곡을 더 써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곡씩 작곡한다 해도 앞으로 15년이 더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그때까지 건강을 돌봐 주시리라 믿는다.
나는 평생 학자와 목회자로서 ‘예배와 음악의 한국화’를 목표로 삼아왔다. 한국 찬송가 1000곡은 단순히 5음 음계를 사용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140년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3·1절, 광복절, 6·25전쟁 기념 예배에 부를 찬송이 없다. 길선주 목사부터 한경직 목사에 이르기까지 신앙의 유산을 담은 찬송도 거의 남아있는 것이 없다.
1983년 목사 안수를 받고 독일에서 유학하며 독일 찬송가를 보고 매우 부러웠다. 독일 찬송가는 말 그대로 독일 교회사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던 날, 찬송가의 생소함과 난생처음 경험하는 예배 의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마르틴 루터의 코랄부터 30년 전쟁, 경건주의, 계몽주의 시대의 독일 시인과 작곡가들의 찬송을 독일 회중이 부르며 독일교회 예배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독일교회는 독일 사람의 찬송가 부르고 그들의 교회 역사를 잊지 않고 계승하고 있었다.
미국 예배와 영미 계통의 찬송에 갇혀 살던 나는 부끄러웠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영미 계통의 찬송가가 75%를 차지하고 한국교회사를 반영한 찬송은 극소수다. 한국인을 위한 찬송, 한국교회가 부를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평생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은퇴 후 공적인 사역에서 벗어나 내 시간을 찬송가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매주 1곡씩 찬송가를 작곡해 10여곡이 모이면 ‘신작 찬송가 봉헌 예배’를 드려왔다. 찬송가 작곡 외에도, 20년 가까운 세월 매주 교계 신문에 칼럼을 쓰고, TV 방송을 통해 찬송가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의 교회나 열악한 환경의 농촌교회를 위한 자비량 설교 사역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연재를 통해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가 기도로 성취되는 경험이 공유되고, 한국교회 예배와 찬송가가 한국화돼야 할 이유와 목표가 분명히 이해되는 열매가 있기를 바란다.
△1954년 출생 △서울대 음대 △독일 오스나부뤽대 철학박사(음악학) △호남신대 교수 △광주제일교회 위임목사 △대전신학대 총장 △서울장신대 총장 △강남제일교회 위임목사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