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에서 만난 또 다른 선교사도 ‘영적으로 척박한 땅’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35년 동안 일본에서 복음을 전했던 임진형(80·사진) 선교사는 “돌아보니 전도가 가장 어려웠다. 이곳은 영적으로 무척 척박한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 선교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한 그는 일본 선교 1.5세대로 복음의 최전선에 싸웠고 고령이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후지산국제문화기구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에 온 건 1990년이었다. 오사카를 시작으로 도쿄 후나바시 교토 고베 후지노미야 등에 교회 여덟 곳을 개척하고 일본인과 재일교포에게 복음을 전했다.
신학교 때 만난 친구의 권유가 그를 일본으로 인도했다. 임 선교사의 말이다. “일본에는 절이 많고 교회가 적으니 둘이 힘을 합쳐 헌신하자고 했었어요. 진심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일본을 위해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영적 무관심과 문화적 장벽, 경제적 어려움, 고령화 등 선교를 어렵게 하는 환경이 사역을 짓눌렀다. 임 목사는 “전도는커녕 교회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한 달에 새 신자가 한 명만 와도 큰 힘이 됐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후 아내와 후지산 기슭으로 들어가 제2의 사역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영적 전쟁의 시작과도 같았다.
임 선교사는 “2017년 새벽예배 중 하나님께서 후지산을 놓고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고 했다.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에서 기도하는 국제 모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른바 ‘후지산 국제기도회’다. 국내외에서 모인 크리스천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후지산에 모여 일본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자살 예방 활동도 하고 있다. 후지산 아오키가하라에선 해마다 수십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임 선교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영혼 구원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일본을 둘러싼 우상을 무너뜨리고 복음의 활기를 불어넣는데 남은 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후지(일본)=글·사진 유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