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전사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조직 문화와 업무수행 방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직원들은 AI를 활용해 필요한 실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거나 사업 기획을 주도하며 직무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개인의 역량을 가르는 기준이 되면서 AI를 배우려는 직원들의 열의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LG유플러스 본사에서 AI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3인을 만났다. 이들은 LG의 AI 모델 엑사원 뿐 아니라 챗GPT와 제미나이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업무 성격에 맞춰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매일 AI를 커피 마시듯 활용한다는 정서현 인공지능전환(AX) 추진팀 책임은 사내 게시판 데이터를 추출해 시각화해주는 자동화 툴을 개발했다. 그는 “챗GPT를 켜고 ‘너는 선생님이고, 나는 학생이야’라는 문장을 제일 먼저 썼다”며 “개발 단계마다 화면 캡처본을 첨부했고, 챗GPT가 오류를 해결해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정 책임은 과거에는 기획자, 개발자, 시각화 담당자 등 여러 전문가가 필요했던 작업을 이제는 한 사람이 AI로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활용법을 익히는 데 게을러지면 결국 업무에서 도태된다”고 말했다.
개발자 출신 직원들에게도 AI는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도구다. 자연어처리 전공자인 박훈민 생성형AI(GenAI) 사업팀 책임은 업무의 80%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팀 업무가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돼 있어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기획안 작성에 AI를 사용할 때가 많다고 언급했다.
AI는 프로젝트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은 어떤 AI 모델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AI가 모든 시나리오별 비용을 계산해 최선의 선택을 돕는다. 직원 대상 AI 교육도 맡고 있는 박 책임은 “동료들이 AI 때문에 정년까지 못 다닐 것 같다고 우려하는데 그럴수록 빨리 AI를 배우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재영 메시징사업팀 책임은 최근 챗GPT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이용해 인도에 있는 스타트업과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통역가가 참석했을 땐 정보기술(IT) 전문 용어나 복잡한 내용이 나오면 통역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AI는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정부의 새로운 규제안에 따라 본사의 이용 약관을 정리하는 작업에도 AI를 활용한다. 약관 개정 전후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 제작도 AI가 담당한다. 과거 수개월 걸리던 일이지만 이제는 하루 만에 끝난다. 그는 “AI가 개발은 잘하지만 마무리는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며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끝맺음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