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거점국립대 9곳, 서울대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정책
국토균형·인구소멸·부동산 등
당면 문제 해결할 '신의 한 수'
서울대 10개 만들기 의심되면
'이병철 혁명' 자세히 살펴보길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정책
국토균형·인구소멸·부동산 등
당면 문제 해결할 '신의 한 수'
서울대 10개 만들기 의심되면
'이병철 혁명' 자세히 살펴보길
“교수님, 한국이 캘리포니아입니까?”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저자인 나는 강연을 하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를 모델로 전국의 지방 거점국립대 9곳(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경상국립대, 강원대, 제주대)을 서울대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시키자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국토균형발전,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지옥 해체,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인구소멸 방지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한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서울대 수준의 대학 10개로 구성된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는 대학의 탁월성, 민주성, 공공성을 이룬 세계 최고의 대학 통합 네트워크다. 세계대학랭킹(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대학은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5위), UCLA(15위), UC 샌디에이고(18위), UC 샌프란시스코(20위), UC 산타바바라(64위), UC 어바인(76위) 등 공립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00위권의 대학 중 한국 대학은 서울대(86위) 하나뿐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세계 201~300위권 대학이다. 한국의 지방대 중 세계 300위권의 대학은 하나도 없다.
인구 4000만의 캘리포니아는 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10개나 만들었을까. 그것은 지역균형발전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어디에서 태어나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18.5%나 된다.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약 0.5%다. 이렇기에 미국 입시에서 경쟁은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육 지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이 캘리포니아냐’라는 질문이 나오면 나는 삼성의 창립자 이병철 회장의 일화를 들려준다. 이병철은 1983년 반도체 공장을 용인에 세우기 전 반도체산업의 기원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했다.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이병철을 불가사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전 생애를 통해서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을 모두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20대에는 정미소(쌀) 사업과 양조(술) 사업을 시작했고, 40대에는 섬유산업, 50대에는 전자산업, 60대에는 조선산업, 70대에는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중 모든 사람이 반대했던 사업이 바로 반도체였다. 1980년대 한국은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산업에 뛰어들기에 기술, 인재,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병철은 모든 여건이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라고 확신했다. 삼성의 용인 반도체 공장은 이병철이 73세인 해에 세워졌고 그는 77세에 작고했다. 한국 경제를 살린 이병철 혁명이 1983년 일어났고 그의 생애 마지막에 이뤄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회장을 ‘한국 경제의 성 아우구스티누스’라고 부른다. 중세 최고의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예수의 삶에 감명받아 회심해 신학에 전념한 뒤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개과천선의 대명사인 그의 ‘고백록’은 1600년 동안 사랑받아온 최고의 자서전 중 하나다. 이병철은 작고하기 전 ‘호암자전’이라는 자서전을 남겼다.
그는 26세가 되기까지 무위도식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잠시 공부하다 포기하고 자신의 고향 경남 의령에서 매일 골패 노름에 빠져 있었고 운이 지지리도 없다며 세상을 탓한 젊은이였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던 그는 26세 때 더 이상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사업에 투신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회장의 ‘호암자전’을 읽어보길 권한다. 삼성과 그의 인생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반대했던 반도체 사업을 밀어붙인 그의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승부사적 기질 덕분에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 될 수 있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고 전국에 실리콘밸리를 만들 수 있는 지식경제의 엔진을 만드는 일이다. 여전히 의심된다면 ‘호암자전’을 여러 번 읽을 것을 권한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