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노무현의 꿈’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범진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와 관련해 ‘미군 점령군’ 발언을 한 이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소환해 안보관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후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너럭바위에 헌화하며 눈물을 훔친 이 후보는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오찬을 했다.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은 4개월 만이다. 이 후보는 “지금이 대한민국 운명을 정하는 중요한 국면이며, 국민의 뜻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문 전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찬에선 검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여러 시스템이 무너져 내렸고, 국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검찰권 남용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혐오와 적대감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신’ 계승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추도사를 올려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넘고 특권과 반칙의 바위를 지나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를 고리로 이 후보의 안보관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며 폄훼하고,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매도한 적도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한·미동맹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단계에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추모글을 통해 개헌도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바위처럼 단단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고, 늘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섰던 분이었다”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일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모든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국민주권 개헌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박장군 이강민 기자, 김해=김승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