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에 민감한 주한미군 감축론이 또 불거진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하루 만에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한반도 안보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차기 정부는 미국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해 이 문제를 우선 순위에 놓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2만8500명 중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축 규모와 재배치 장소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한 뒤 미군 전략 재편을 추진해왔다. 미국 측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을 강조한 것도 대중 견제를 염두에 둔 전략의 하나다. 감축 논의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전체 주한미군 병력의 16%에 달하는 4500명 규모가 감축되면 미국의 자동 군사개입을 보장하는 주한미군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 북한이 한·미동맹의 결속이 약화됐다고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주한미군이 없어지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전력이다. 이날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듯이 그 규모와 임무 조정은 한국의 명확한 입장이 전제돼야 한다. 국방부는 현재 “관련 논의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6월 초 들어설 새 정부는 주한미군 문제를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식 통상 압박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재개될 경우, 이를 포괄적으로 연결해 대응할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