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주한미군 4500명 철수”… 미 국방부 “사실 아니다”

입력 2025-05-23 18:46 수정 2025-05-23 23:56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활주로에서 23일 RC-12X 가드레일 정찰기가 이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국방부가 약 4500명의 병력을 철수시켜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주한미군 수천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WSJ는 미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2만8500여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다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언급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은 한국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감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도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 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국 측과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주한미군 병력 변화는 양국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미안보협의회(SCM), 한·미군사위원회의(MCM)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트럼프 1기 때도 다뤄졌던 만큼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WSJ가 언급한 감축 검토 대상 4500명은 주한미군 전체의 16% 규모다. 주한미군은 미8군을 비롯한 지상군 병력이 대부분이고 미7공군 등 공군과 해군, 해병대 전력도 포함돼 있다. 2022년 기준 전투기 90여대와 헬기 40여대, 장갑차 280여대, 패트리엇 미사일 60여기 등 전력을 보유 중이다.

감축이 현실화한다면 그 대상은 대부분 육군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한미군 미2사단 예하 순환배치여단이 WSJ는 언급한 규모와 비슷해 미국 정부가 감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운용하는 순환배치여단은 주한미군 육군의 핵심 전력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를 괌 등에 이동 배치한다면, 중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에 한·미동맹 약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창호 선임기자, 박준상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