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샤이 보수

입력 2025-05-24 00:40

6·3 대선을 열흘가량 앞두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보수층 결집이 시작된 것”이라며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항상 막판에 보수가 결집한다. ‘샤이(shy) 보수’가 있고, 어느 정도로 결집할 거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샤이 보수는 보수 정당 후보를 내심 지지하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투표에서 보수 정당에 표를 주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샤이 토리(Shy Tory)’에서 파생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 토리는 영국 보수당의 옛 명칭이다. 1992년 영국 총선 당시 보수당이 노동당에 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여유있는 차이로 승리하면서 이 현상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샤이 토리가 등장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샤이 트럼프’의 역할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인종주의자나 차별주의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선거 기간엔 지지를 밝히지 않다가 트럼프에 투표한 이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몇몇 선거에서 샤이 보수의 힘을 확인했었지만 이번 6·3 대선에서의 영향력은 의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적지 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를 계엄 선포에 대한 심판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국힘이 보여주는 모습 역시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 의지를 갉아먹고 있어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이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탄핵 이후 보수 유권자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하면 지지율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우려가 자만을 경계하는 수준의 엄살일지 아니면 샤이 보수의 영향력을 제대로 짚은 분석일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선거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