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11년 만에 항소심 판결 앞둬

입력 2025-05-22 18:41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533억원 규모의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도 담배를 피우는 건 결국 중독성 때문”이라며 “담배회사들이 중독성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폐암·후두암 발병의 책임 소재를 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담배 제조사들이 벌이고 있는 500억원 규모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변론이 22일 진행됐다. 담배 제조사에 흡연 피해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우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재판이어서 주목된다.

건보공단이 담배 제조사인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 코리아 등을 상대로 제기한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12차)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담배 소송은 건보공단이 2014년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진료비 533억원을 담배회사에 배상 책임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2020년 1심 판결에선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폐암 환자에겐 흡연 외에 다른 발병 요인이 있을 수 있고, 건보공단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최종변론에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1년에 국민 6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1년 사이 대형여객기 120대가 추락하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철저히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판결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을 앞두고도 병원 복도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환자들의 모습을 수없이 봤다”며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제조사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121건을 제출했다”며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에선 흡연과 소송 대상 암종 간 위험분율(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질병발생 비율)이 81.5~95.4%로 매우 높았다”고 강조했다. 폐암 등에 걸린 13만6965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연구원·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담배를 피운 기간이 30년을 넘고 20갑년(20년 동안 하루 1갑씩 흡연한 전력) 이상 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의 일종인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54.49배 높았다.

담배 제조사 측은 1심 때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담배 제조사 측은 “건강보험법에는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직접청구권이 없다.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개별적 인과관계가 그대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정헌 양한주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