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 충돌’ KSS해운 사건 전원재판부 회부

입력 2025-05-22 18:44 수정 2025-05-22 23:59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과 10년 넘게 ‘핑퐁게임’을 벌였던 ‘KSS해운 법인세 소송’의 파생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22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을 가능토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던 중 나온 결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재판소원을 둘러싼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헌재는 KSS해운 소송 관련 사건을 지난 13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헌재에 접수된 사건 중 각하가 명백한 사건 외에는 원칙적으로 전부 전원재판부로 회부된다. 다만 헌재는 이 사건을 재판소원 등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분쟁이 장기간 방치되고 당사자 권리 구제가 되지 않은 중대한 사안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SS해운은 2004년 세무 당국으로부터 법인세 등 세금 154억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상장을 전제로 조세감면 혜택을 받았는데 기한 내 주식을 상장하지 못했으니 감면받은 세금을 다시 내라는 것이었다.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이 근거였다. 이에 KSS해운은 “부칙은 1994년 시행된 개정법으로 효력을 잃었다”며 법원에 과세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 중 부칙에 대해 헌법소원도 냈다.


대법원은 2011년 KSS해운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부칙이 과세 당시 이미 효력을 잃은 게 맞는다는 취지로 2012년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KSS해운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2013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기각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은 현행법상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KSS해운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재차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9년 만인 2022년 7월 재판취소 결정했다. KSS해운은 이를 근거로 같은 해 8월 재심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3심제에서 재판취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정리되지 않는 가운데 세무 당국이 세금 환급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소송가액은 지연 이자를 더해 1000억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선고가 늦어지자 KSS해운은 지난달 14일 세무 당국을 상대로 ‘행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위헌확인’ 소송을 냈다. 헌재는 지난 13일 심리를 본격화했다. 세무 당국에 대한 소송이지만 사건 쟁점상 법원이 헌재의 재판취소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처음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재판취소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고, 재판소원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이날 KSS해운 사건의 상세한 경과 자료와 함께 다른 재판취소 사례 4건 사례도 공개했다. 해당 사건 청구인들도 재판취소를 근거로 2022년 7~8월 법원에 재심 청구를 했으나 모두 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취소를 했는데도 당사자 권리 구제가 장기간 방치된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