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재입성 일념… 1년간 16만㎞ 넘게 누벼… “이젠 가족들 위해 최선”

입력 2025-05-26 02:17
강성훈이 지난 18일 제주 핀크스CC에서 막을 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강성훈은 2009년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이후 16년 만에 이 곳에서 경기를 치렀다. KPGA 제공

2011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강성훈(37)은 지난해 1년간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 거리가 16만㎞가 넘는다.

잃어버린 PGA투어 카드 획득을 위한 일념에서다. 그가 작년에 출전한 해외투어 개최국은 18개국이나 된다. 출전 대회 수는 40개 정도다. 미국에서 남미,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건 달려갔다.

오죽했으면 그의 여정에 AP통신이 주목했을까. 지난 18일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한 강성훈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AP통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라며 “AP통신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제 이동거리가 그렇게 엄청난 줄 몰랐다”고 했다.

올해도 그의 여정은 작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강성훈은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을 마친 뒤 DP월드투어 대회가 열리는 튀르키예로 건너갔다. 그리고 대회를 마치자마자 SK텔레콤 오픈 출전을 위해 입국했다.

가축에게 먹일 풀을 찾아 먼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유목민 ‘노마드’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이유로 강성훈의 이름 앞에는 ‘골프 노마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2007년에 KPGA투어에 입회한 뒤 2011년 PGA투어로 진출한 강성훈은 2019년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그의 활약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슬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원인이었다. 강성훈은 “코로나 전까지가 제일 좋았다. 코로나 때 몇 달 쉬면서 감을 잃었다”라며 “연습을 하려고 해도 골프장이 다 닫혀 있어 집에서 연습하는 게 고작이었다. 거기다 클럽을 이것저것 테스팅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샷이 망가졌다”고 했다.

지난 22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한 모습. 강성훈은 2013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오픈 대회조직위 제공

강성훈은 “지금은 스윙을 완전히 바꿨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라며 “아직은 기대만큼의 결과는 아니지만 좋아져 가는 과정이니 이 또한 조만간 지나가리라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안정을 찾기 위해 그는 ‘노마드’의 여정을 앞으로는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유가 있다. 그는 “요즘 여섯 살짜리 큰 아이가 TV 골프 중계를 보면 ‘아빠는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서 “나중에 아이들한테 아빠가 골프 선수였다는 걸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의 골프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며 “다행인 것은 골프라는 운동이 본인 하기에 따라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성훈의 요즘 주 활동 무대는 PGA 2부인 콘페리투어와 DP월드투어다. 그렇다고 PGA투어 시드가 없는 건 아니다. 역대 챔피언 카테고리로 1년에 많게는 20개가량의 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올해도 벌써 4개 대회나 출전했다.

강성훈은 “내가 속한 카테고리는 4개 대회 합산 성적에 따라 리랭킹으로 출전 횟수를 계속 늘릴 수 있다”라며 “올해 출전한 4개 대회 중 한 대회만이라도 성적이 좋았더라면 리랭킹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좀 아쉽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올해 KPGA투어 대회에 자주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KPGA투어 ‘해외투어 시드권자 복귀자’ 카테고리 시드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시드는 해외투어에서 일정 기간 활동한 선수에게 1년 동안 KPGA 투어에서 뛸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강성훈은 지난 18일 막을 내린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코오롱 한국오픈, KPGA선수권대회, 그리고 오는 6월 초에 열리는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까지 출전 일정을 잡고 있다.

그는 “DP 월드투어와 KPGA 투어 모두 내가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몇 개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다만 6월까지는 가족들과 국내에 머물 생각이다. 그 기간에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는 당연히 출전할 생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성훈은 근래 들어 상당히 표정이 밝아졌다. 이유가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뭐를 고쳐야 하는지 체크 포인트가 확실해졌다”라며 “체력 쪽으로도 지금이 제일 좋다.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도 몸이 아프거나 지쳐서 힘든 경우는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SK텔레콤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강성훈은 “한 3주 전까지만 해도 잘 맞았다. 그럼에도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슬럼프 기간이 길어지면서 오랫동안 자리 잡은 부정적 기억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기술적으로는 많이 보완됐는데 정신적 부문 개선을 위한 시간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어서 그 또한 조만간 좋아질 것이다”고 낙관했다.

강성훈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슛을 성공시키는 조던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연습 때 해본 거라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고 쿨하게 답한다”면서 “나도 똑같다. 샷의 기술적 부분은 이젠 어느 정도 완성됐다. 다만 반복적으로 칠 수 있도록 훈련 시간을 더 할애하고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면 조만간 좋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강성훈은 최경주(55·SK텔레콤)와는 자동차로 30~40분 지근 거리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자주 통화도 하고 간혹 연습도 함께 한다. 당연히 조언도 많이 듣고 있다.

그 또한 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강성훈은 “후배들을 보면서 도전정신이 좀 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런 가운데 (이)승택이의 도전은 퍽 인상적이었다. 미국 생활에 적합한 활달 성격인 데다 무엇보다도 두려움 없이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꼭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PGA투어 2부인 콘페리투어에서 활동 중인 이승택(29·경희)은 콘페리투어 포인트 7위에 자리해 상위 20위까지 주는 내년 시즌 PGA투어 카드 획득이 유력시되고 있다.

강성훈은 어린 시절 꿈이었던 PGA투어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올 연말 치러지는 PGA투어 큐스쿨에 응시한다는 계획이다. 강성훈이 골프 유목민의 생활을 청산하고 ‘PGA투어 2막’을 열길 기대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