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 협의에… 환율 1370원대 ‘6개월 만에 최저’

입력 2025-05-23 00:26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2일 6개월 만에 1370원대에 진입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 속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원화 가치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반영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1387.2원) 대비 10.2원 내린 137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1370원대로 개장한 건 지난해 11월 6일(1374.0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장 초반 1373.0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1381.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5일(1378.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한·미 통화 협상이 있다.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한·미 통화 협의 소식이 전해진 전날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368.9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운영 원칙과 환율 정책에 대해 상호 간의 이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은 약달러, 원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에 유리한 달러 약세 환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약달러 방향의 한·미 환율 협의 가능성에 원화 강세 심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날 미국채 20년물 입찰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이 같은 영향에서다. ‘셀 아메리카’ 심리가 강화된 가운데 달러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을 더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99.48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기준선인 100 아래에 머무르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 전문가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지위가 흔들리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아시아 통화 강세와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환율 하락세 자체가 기조적이고 지속적일 것 같지는 않다. 변동성이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