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상 첫 11만 달러 돌파 ‘나홀로 질주’

입력 2025-05-23 00:16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 본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미국 상원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의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비트코인은 이날 11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한형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22일 11만 달러(약 1억5200만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와 주식의 힘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만 상승세를 타자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1개 가격은 한때 11만1901달러까지 올랐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1월 21일 10만9358달러를 넘어선 가격으로, 약 4개월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위협 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지난 2월부터 미 증시와 함께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부터 반등을 시작하다 최근의 하락 폭을 회복하고 이날 전고점을 경신했다.

암호화폐가 통화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제도권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담보 요건 강화, 자금세탁방지 법률 준수 의무화 등을 담은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켰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화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지만 시장은 비트코인이 통화수단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기업 단위의 대규모 비트코인 투자 행렬도 수요를 끌어올렸다. 비트코인 매입 투자로 유명해진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투자에 뛰어드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그룹과 함께 비트코인 투자에 집중하는 회사 ‘21(트웬티원)’을 설립했다. 초기 투자 규모는 36억 달러다.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로 미 국채와 주식 가격이 하락세인 가운데 비트코인이 ‘나 홀로 상승’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전날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5% 넘게 급등(가격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등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도 일제히 내렸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세는 연초와 다르다”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고, 미국 주 정부에서도 비트코인 비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