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가 잘 나간다… ‘대형차 사랑’ 밀어낸 경기침체

입력 2025-05-23 00:51

중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던 국내 소형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속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가격 부담이 적고 유지비가 낮은 소형차에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다.

2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4월 승용 소형차 신규 등록 대수는 5만526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387대 대비 40.3%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 동기간 대비 가장 높았다.


소형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매달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 1월 1만1293대가 판매된 데 이어 2월 1만2219대, 3월 1만4967대, 4월 1만6786대로 매달 늘었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하면서, 대형차를 제치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차급별 판매 비중도 커졌다. 2021년 이후 8~9%대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왔던 소형차 판매 비중이 올해는 11.2%까지 올라왔다. 4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이다.

가장 많이 판매된 건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2만309대)다. 현대차 코나(1만980대), 기아 EV3(8453대), 기아 니로(4182대), 현대차 캐스퍼(3488대)가 뒤를 이었다. 셀토스는 국산차 차량별 판매 순위에서 전체 7위에 올랐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한 건 EV3다. 지난달 판매량이 3388대로 전월 대비 34.0% 증가했다.

소형차가 다시 주목받는 건 경기침체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경기 침체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장기화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차 출시가 급감한 경차 대신 소형차 판매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차는 수년째 신차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과 레이 정도다. 올해 1~4월 경차 판매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2만5183대였다. 경차 혜택도 크지 않다. 경차 판매량이 매년 뒷걸음질 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신차가 꾸준히 나오는 소형차로 선택지가 옮겨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동화 전환 추세에 따라 소형 전기차가 대거 출시돼 ‘신차 효과’를 본 측면도 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 1~4월 3215대가 팔리며 캐스퍼(2484대)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완성차업계는 소형차 출시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전기차 3종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패밀리’를 출시했다. 볼보는 소형 전기 SUV EX30을, 비야디는 소형 SUV 아토3를 판매 중이다. 기아는 셀토스의 완전 변경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