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의학계열 박사 학위 외국인 절반은 해외로 떠난다

입력 2025-05-23 02:39
게티이미지뱅크

이공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국내에 유학 온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이 꼽힌다. 그러나 이공계 외국인 박사 졸업자 중 국내에 취업하는 사람의 비율은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외국인 연구자가 주로 계약직 일자리를 얻거나 임금 수준이 낮은 국내 현실 때문이다. 국내 연구 환경에 친숙한 외국인 연구자들을 붙잡을 유인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연구 현장에서 외국인 연구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체 공학계열 박사 졸업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3.1%에서 2023년 17.8%로 증가했다. 외국인 졸업자 수도 같은 기간 472명에서 813명으로 72% 증가했다.


외국인 연구 인력은 국내 인재 유입이 저조한 화학공학이나 건축 같은 전공 분야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내 산업·연구에 필요하지만 내국인 선호도가 낮은 학문 분야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이 최근 발간한 ‘첨단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한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 활용 현황’에 따르면 이들을 채용하는 민간·공공·학계 기관 역시 국내 연구실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적응력이 높은 인재”라며 선호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원에서 수학한 외국 국적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계속 연구를 수행하거나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이공계열 및 의약계열 학업전념 박사의 국내 취업률은 25.3%로 내국인(52.5%)의 절반 수준이었다. 외국인 졸업자 중 해외 취업률은 국내 취업률과 별반 차이가 없는 21.9%였다.


외국인 졸업자들이 상대적 저임금·계약직의 특성을 가진 박사후과정(포닥) 또는 연구교수에 정착하거나 책임자 이상의 직책을 받지 못하다 보니 한국에 남을 이유를 못 찾는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 비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증가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기업보다는 박사후과정으로 나타났다.

박사 학위 취득자의 취업 후 연간 근로소득을 분석한 결과 이공계 전공 외국인 중 연간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2%로 내국인(7.8%)의 3배 이상이다. 한국인 중 44%가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을 넘는다고 응답한 반면 외국인은 11.9%에 그쳤다. 박사 취득 이후 거주 계획을 묻는 설문에 이들 중 45.7%(2017~2023년 평균)만이 한국에 남겠다고 답변한 배경이다.

공학계열 외국인 박사 졸업자 75% 이상이 국내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략적으로 육성한 외국인 인재의 정착을 돕기 위한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대학원에도 도달한 지금 국내에서 연구 경험이 있는 외국인 인력을 정착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