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대선 출마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제주 4·3에 빗대며 거듭 정권 심판론을 띄웠다. 이후 경남 양산을 방문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 송기인 신부를 만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오전 제주 동문로터리 집중유세에서 “6·3 대선은 지난해 12월 3일 시작된 세 번째 제주 4·3을 청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제주 4·3과 5·18광주민주화운동, 12·3 비상계엄을 같은 선상에 둔 것이다. 그는 “4·3에 대해 더 빨리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엄정히 물었다면 5·18이 있었겠느냐”며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행동·선택·판단·실천이 미래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으나 거부권에 막혔던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에 대한 관철 의지도 드러냈다. 이 후보는 “거부권을 저한테 주시면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 즉각 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거의 매년 4·3 기념일에 제주도를 방문했다”며 “내년에는 대통령이 돼서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오후엔 경남 양산을 찾아 한 카페에서 송 신부와 차담을 나눴다. 송 신부는 이 후보에게 “선거 공약들을 보면 배부른 게 다가 아닌데 전부 경제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대한민국의 방향·안보·외교, 이런 것들이 의제가 돼야 하는데 사소한 걸 가지고 너무 다투는 측면이 있다”고 호응했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기소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요새 하는 짓을 보면 제정신인지 이해가 안 된다. 없는 죄를 만들려고 저렇게 극렬하게 왜 난리를 치나”라며 문 전 대통령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써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파면 이후 첫 공개 일정으로 부정선거 관련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윤 전 대통령에게도 향했다. 이 후보는 “부정을 하면 제가 확 이겨야지, 살짝 지게 하겠느냐”며 “바보인지 일부러 그러는지 모르겠다. 일국의 국정을 책임지던 분의 말씀으론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만날 전망이다.
송경모 기자, 제주·양산=김승연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