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6] “사랑은 둘이 함께 하나님 사랑 닮아가는 동행의 길”

입력 2025-05-23 03:04 수정 2025-05-24 16:47
경쟁과 압박, 경제적 부담 속에서 관계는 쉽게 흔들리고 미래는 막연하다. 스펙 쌓기와 취업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스스로 고립의 길로 접어드는 시대다. 하지만 이 길 위에서도 ‘믿음’은 다르게 일한다.

크리스천 청년을 응원해 온 갓플렉스(God Flex)는 24일 집회 현장이 될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를 미리 찾아가 연애 중, 결혼 준비 중, 육아 중인 세 커플을 만났다. 그들에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둘이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힘을 가졌기에 어려움 안에서도 은혜를 찾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김시원(25)·유하은(24) ‘연애=하나님 사랑을 닮아가는 여정’


2023년 겨울, 교회 청년부 수련회. 그녀와 같은 조로 처음 만나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첫인상부터 호감이었지만 진짜 마음을 연 건 진심 어린 대화였다. 첫 데이트 날,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대신 삶의 고민과 신앙에 대해 나누던 대화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은이는 무엇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시원)

첫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이구나.’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입대를 2주 앞둔 오빠는 주저하는 듯했다. 어느 날 장문의 편지가 왔다. “힘들지 않을 순 없을 거야. 아니, 엄청 힘들겠지. 그렇지만 자신 있어. 누구보다 널 행복하게 해줄 자신.” 내가 건넨 답은 이랬다. “오빠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다.(하은)

이전 연애와는 달랐다. 주일날 데이트나 술자리 문제로 갈등할 일도 없었고, 매일 기도와 말씀을 나누며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사귄 지 두 달쯤부터는 식사 전 서로 손잡고 기도하는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시원)

전혀 다른 성향이 위기였던 적도 있다.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오빠와 달리 시간을 두고 말하는 편인 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속도가 달랐다. 처음엔 그게 그렇게 서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의 ‘표현방식’을 존중한다. 오빠는 조금씩 속도를 줄여 묵묵히 내 곁을 지키고 나는 부끄러워도 감정을 솔직하게 전한다. 그렇게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표현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하은)

서로의 다름을 품고 군 복무와 입시라는 현실의 장벽도 함께 넘어섰다. 인생의 계절 중 혹한기 같던 군 생활 가운데 하은이는 ‘언 몸을 녹이는 따뜻한 아랫목’이었다. 군악대 공연마다 빠짐없이 날 찾아와줬고, 데이트 때마다 늘 밝게 웃으며 나를 응원했다.(시원)

그 시기 난 꿈을 위해 입시에 재도전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4개월간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었다. 오빠는 불평 대신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 매일 밤 ‘커플 밴드’에 말씀과 기도제목을 담은 편지를 올려줬는데 귀갓길에 하나씩 읽는 그 메시지가 수험생활 고비마다 날 일으켰다.(하은)

연애는 하나님의 사랑을 닮아가는 여정 같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듯 하은이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느낀다. 그 사랑이 더 깊어지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함께 나누는 사랑의 방향, 그거다.(시원)

김예지(29)·김광력(29) ‘단단한 믿음으로 묶어주는 끈, 우리’


교회 청년부에서 알게 된 우린, 처음엔 서로에게 그저 ‘편한 사람’이었다. 함께 예배드리고 소그룹에서 얼굴을 마주치고 각자 부서에서 교사와 찬양팀으로 봉사하며 가까워졌다. 세 번의 데이트 후 가진 네 번째 만남. 그녀가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 올림픽공원 ‘나홀로나무’ 앞은 우리에게 전환점이 돼줬다. 고백 성공. 그날 이후 우린 매년 그곳에서 사진을 남기며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광력)

결혼까지는 자연스레 흘러왔다. 기도도 깊어졌다. 매주 금요철야예배에 함께 참석하며 결혼 준비를 위해 손을 모았다. 가장 절실했던 기도 제목은 ‘집’. 하지만 청약 임대주택 등 시도한 도전은 모두 실패했다. 간절함이 켜켜이 쌓여가던 어느 날, 희소식이 날아왔다. 마지막으로 신청했던 교회 근처 신축 임대주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거다. 심지어 ‘화장실 두 개’라는 기도 제목도 딱 맞아떨어졌다.(예지)

결혼을 위해 함께 기도해준 교회 공동체, 그중에서도 ‘프리 매리지 코스’라는 청년부 프로그램이 중요한 조력자가 돼줬다. 대화와 갈등 해결방식, 재정관념까지 촘촘하게 나눴다. 서로를 인정하는 대화는 깊은 관계로 이어졌다.(광력)

욕심내면 한도 끝도 없는 게 결혼식이다. 우린 실속을 택했다.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간단하게, 예식은 예배 중심으로 꾸렸다. 결혼 준비를 통해 오히려 대화가 많아지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결혼의 기쁨을 미리 누리고 있다. 우리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믿음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관계와 가정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고 믿는다.(예지)

김동형(37)·박연경(36) ‘육아는 품고 믿고 지키는 것’


그와의 연애를 결심한 건 확신이라기보다는 순종이었을지 모르겠다. 기도할 때마다 자꾸만 떠오르던 이름, 김동형. 하나님께 간절히 묻고 또 물었다. “왜 이 사람인가요.” 예정에도 없던 금식기도가 3주간 이어졌다. 식사 한 끼를 나누기로 약속한 날, 순간적으로 마음이 열렸다. 신기했다. 모든 걸 알고 계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만남이란 게 느껴졌다.(연경)

연애를 시작하고 석 달쯤 지났을까.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라는 마음이 다가왔다. 사실 모아둔 재정은커녕 취업도 불투명한 30대 대학원생 남성의 현실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누가 봐도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우리에겐 하나님이 계셨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동형)

결혼 직후부터 첫아이를 기다렸지만 쉽게 허락되진 않았다. 기도와 말씀 가운데 성경 속 ‘사라와 한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꿈에서 두 아들을 안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아들을 둘이나 선물해주셨다.(연경)

에덴 같을 줄만 알았던 육아는 전쟁처럼 시작됐다. 첫째는 아토피로 1년 넘게 고생했고, 둘째는 잔병치레가 심했다. ‘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병원을 문턱 닳도록 드나들고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아이의 피부를 보며 좌절감이 찾아왔다.(동형)

그 과정은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 남편은 집에 머물며 아이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보게 됐고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이제 알겠다”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큰 위로였다.(연경)

우리의 육아 기도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기도였다. “이 아이들을 주님의 자녀로 키워낼 수 있게 해주세요.” 중심을 잃지 않도록 기도는 점점 더 깊어졌고 서로에 대한 감사도 깊어졌다. “나 같은 사람과 살아줘서 고마워.” “아니야, 부족한 나를 믿어줘서 내가 더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품고, 믿고, 지켜주는 중이다.(동형)

누군가는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결혼하고 육아하며 살아가냐고. 대답은 단순하다. 하나님이 중심에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며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건 우리 사랑 때문이 아니라 우리 위에 계신 주님의 사랑 때문이다.(연경)


안산=최기영 김수연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