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면전서 5000t급 구축함 진수 중 파손

입력 2025-05-22 18:56 수정 2025-05-22 23:59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행된 신형 5000t급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 배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진수 준비 중인 구축함을 지난 15일 촬영한 위성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5000t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선체 바닥이 뚫리는 파손 사고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용납할 수 없는 중대 사고”라며 책임자 엄중 문책을 지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이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며 “진수 과정에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은 구축함을 바퀴가 달린 대차를 이용해 옆으로 옮기는 ‘측면 진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군은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해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시설이 오래된 청진항은 선박을 띄우기 위해 물을 채우는 ‘드라이독’(건선기)이 없어 이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진수 중 평형을 맞추지 못한 구축함은 꼬리 부분이 먼저 바다에 가라앉았다. 구축함 일부 구간 아래에는 구멍이 뚫렸다. 현재는 배 꼬리 부분은 바다에, 머리 부분은 육지에 머물러 위에서 봤을 때 45도가량 기울어진 상태로 놓여 있다. 북한은 사고 이후 구축함 위에 위장망을 덮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수식을 참관하던 김 위원장은 사고 전체를 직접 목도했다. 그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관련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구축함을 원상 복구시키라고 지시했다.

한·미 정보 당국도 위성을 통해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사고 사실을 숨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공개하는 동시에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또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진수한 5000t급 구축함 최현호에 대해서도 기술적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북한은 이날 구축함 진수 사고를 보도한 직후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날 발생한 진수 실패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