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 털었다…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 든 손흥민

입력 2025-05-23 01:48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UEL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동료 선수들을 향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EPA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3)이 프로 데뷔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우승을 위해 팀을 떠난 동료들과 달리 끝까지 팀을 지키며 일궈낸 우승이라 더욱 값지다.

토트넘이 우승과 가장 근접했던 건 ‘DESK(델리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해리 케인) 라인’이 가동되던 2010년대 후반이었다. 토트넘은 2016-2017시즌 리그 2위,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끗차로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자 주요 선수들은 하나둘 떠났다.

DESK 라인 중 가장 먼저 팀을 떠난 에릭센은 인터 밀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리그 정상에 섰고, ‘무관의 제왕’ 케인 역시 이적 후에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다른 길을 걸었다. 동료들이 떠난 뒤에도 홀로 팀을 지키며 뜻깊은 이정표를 여럿 남겼다. 2021-2022시즌 EPL에서 총 23골을 터뜨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고, 매 시즌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아 올 시즌엔 EPL 레전드 반열인 ‘70골-70도움’ 클럽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와는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2023-2024시즌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첫 시즌 팀은 5위에 올랐다. 올 시즌은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며 ‘에이징 커브’ 논란에 시달렸고 토트넘과 재계약은 난항을 빚었다. 팀은 리그에서 구단 역대 최저 승점을 경신하며 17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며 맘고생을 털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의 1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무관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냐”는 첫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만큼은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향해 “팀에 메이저 유럽 클럽 대항전 트로피를 안긴 토트넘의 첫 한국 출신 주장”이라며 헌사를 보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에게 이런 날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 생각이 계속 머릿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팀 동료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손흥민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 클럽에 10년 있었고 두번의 결승에서 패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승리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