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신문을 들고 들꽃카페를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그 모진 세월을 어떻게 견디셨나요”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탁명환 박사의 가족으로부터 “꼭 한번 뵙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다. 이단·사이비 종교 연구의 권위자였던 고인의 뒤를 이어 사역 중인 아들 탁지일 교수를 위해 늘 기도해왔기에 더욱 반가웠다.
나를 만나기 위해 전북 군산에서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온 이도 있었다. 기도 제목을 내놓으며 “기도해 달라”는 그에게 “내 기도보다 먼저 (당신이) 하나님 앞에 엎드려 보라”고 권면했다. 그리고 멀리서 온 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 뒤 돌려보냈다.
“삼각산에 함께 가고 싶다”며 연락해온 성도, 은퇴한 목회자, 개척했다는 여성 목사 부부, “퇴근 후 달려가는 길이니 제발 카페 문을 닫지 말고 기다려 달라”며 찾아온 직장인까지. 이들의 발걸음이 들꽃카페를 다시 기도의 자리, 회복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얼마 전 내 이야기를 담은 책 ‘신기한믿음’을 펴낸 신앙과지성사 대표 최병천 장로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카페 전화벨이 계속 울려댔다. 최 장로는 “강 목사님 이제 유명인사 돼서 커피 마실 시간도 없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때 조용하던 들꽃카페는 책 출간과 함께 이뤄진 국민일보 연재로 날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요즘은 이곳이 서울 서대문구의 작은 ‘핫플레이스’라도 된 듯하다. 은퇴한 지 35년이 지난 ‘잊혀진’ 여목회자를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구순이 넘은 이 늙은 목회자를 사람들은 왜 찾는 것일까. 이곳에 와서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모두의 갈망은 하나다. 바로 절실한 기도다. 사람의 말이나 위로는 잠시일 뿐, 인생의 고비마다 참된 해답은 기도에서 나온다. 각자의 역경 앞에서 삶의 해답은 기도에 있음을 잊지 말고 뼈를 깎는 각오로 하나님 앞에 먼저 무릎으로 엎드리길 소망한다.
출판사 대표 최 장로와 나를 인터뷰하고 삶을 정리해 준 이성우 박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내 숨은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분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다.
과거 사역하던 시절, ‘전도부인’이라 불리던 여성 교역자는 전도사를 거쳐 이젠 목사로서도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 사회 분위기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성 교역자를 선호하는 교계의 보수적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가 구조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여교역자 후배들도 ‘다름’을 인정하고 여성의 품성과 영성으로 자신만의 목회를 세워가야 한다. 무릎으로 사는 것, 그것이 목회자의 본질이다. 이 시대 후배 목사들이 늘 기도로 사역을 세우고 하나님 앞에 먼저 엎드리는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나는 일평생 수학의 ‘근의 공식’처럼 말씀을 붙들고 오직 기도로 사역해왔다. 90년 내 인생의 버팀목이 된 말씀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이 말씀 한 구절이 지금 역경을 겪는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되길 기도한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위하여 이 일에 나와 아볼로를 들어서 본을 보였으니 이는 너희로 하여금 기록된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 한 것을 우리에게서 배워 서로 대적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게 하려 함이라.”(고전 4:6)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