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년 끌어온 담배 소송, 국민 건강 고려해 결론 내려야

입력 2025-05-23 01:20
22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회사들이 12년째 벌이고 있는 500억원대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을 앞두고 담배소송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회사들이 11년 넘게 이어온 ‘담배 소송’의 항소심 변론이 어제 마무리됐다. 533억원에 이르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국내 첫 담배 관련 재판으로,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다. 재판부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22일 열린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 관계였다. 건보공단은 인과 관계가 있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에 대해 담배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은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고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흡연이 자율적인 소비 행위라는 게 담배 회사의 주장이지만, 담배가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까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3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무려 54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른 요인으로 폐암에 걸렸더라도 흡연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담배 회사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약 6만명에 이르고, 치료비 등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 12조원에 달한다. 건강보험 재정에서도 매년 약 4조원이 진료비로 지출되지만, 국내 1위 담배 회사인 KT&G는 연간 6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 사회적 폐해에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 유감이다. 흡연이 개인의 자유라지만 니코틴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중독성 물질이다. 특히 청소년은 호기심이 많아 흡연 유혹에 빠지기 쉽고 뇌 발달이 완전하지 않아 일단 중독되면 평생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

미국에서는 1999년 연방정부가 담배 회사의 흡연 폐해 은폐 행위를 입증해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고, 이는 흡연율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도 담배가 개인 건강을 넘어 공공의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재판부가 담배의 중독성과 사회적 영향, 특히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충분히 감안해 책임 있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