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 조건 당권거래설, 국힘 또 내홍… 혀를 찰 일이다

입력 2025-05-23 01:10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권거래설로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친윤계 인사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측에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개혁신당 이동훈 공보단장의 주장 때문이다. 이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단일화를 양보하면 그 대가로 친윤계가 국민의힘 당권을 이 후보에게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밀약은 후보끼리 주고받아도 보장되기 어렵다. 하물며 친윤계가 한동훈 전 대표의 대선 후 당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제안했다는 해석이 부각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계가 대선보다 당권 투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 단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덕수·김문수 단일화 결렬 후 후보 교체까지 시도했던 친윤계가 또다시 어설픈 단일화 공작을 벌인 것이다. 이 후보가 휴대 전화 수신을 일절 차단할 정도로 완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연일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2차 가해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당 대표 자리에서 몰아낸 이 후보에게 이제 와서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했다면, 전학 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찾아가 사과도 하지 않고 ‘돌아오라’고 말하는 가해 학생들과 뭐가 다른가.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파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달랐던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더라도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첫 TV토론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후보의 선전이 국민의힘과 친윤계 인사들에게는 뼈아플 것이다. 오늘로 예정된 두 번째 TV토론이나 적어도 모레 시작되는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이 후보를 주저앉혀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감동도 없이 수준 낮은 정치공학만으로 추진하는 후보단일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대선보다 당권에 눈이 멀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