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권거래설로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친윤계 인사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측에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개혁신당 이동훈 공보단장의 주장 때문이다. 이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단일화를 양보하면 그 대가로 친윤계가 국민의힘 당권을 이 후보에게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밀약은 후보끼리 주고받아도 보장되기 어렵다. 하물며 친윤계가 한동훈 전 대표의 대선 후 당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제안했다는 해석이 부각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계가 대선보다 당권 투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 단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덕수·김문수 단일화 결렬 후 후보 교체까지 시도했던 친윤계가 또다시 어설픈 단일화 공작을 벌인 것이다. 이 후보가 휴대 전화 수신을 일절 차단할 정도로 완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연일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2차 가해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당 대표 자리에서 몰아낸 이 후보에게 이제 와서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했다면, 전학 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찾아가 사과도 하지 않고 ‘돌아오라’고 말하는 가해 학생들과 뭐가 다른가.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파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달랐던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더라도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첫 TV토론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후보의 선전이 국민의힘과 친윤계 인사들에게는 뼈아플 것이다. 오늘로 예정된 두 번째 TV토론이나 적어도 모레 시작되는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이 후보를 주저앉혀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감동도 없이 수준 낮은 정치공학만으로 추진하는 후보단일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대선보다 당권에 눈이 멀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