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유학생에 ‘꿈의 집’ 내주는 이 교회

입력 2025-05-23 03:00
신용산교회가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인근에 학사관 ‘드림하우스’를 세웠다(아래 사진). 위 사진은 오원석 신용산교회 목사가 21일 서울 용산구 교회에서 청년지원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신용산교회 제공, 신석현 포토그래퍼

김지윤(가명·20)씨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A국에서 태어난 그는 학업을 위해 2022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모님은 선교 사역으로 한국행에 동행할 수 없었다.열일곱 소녀는 경북 포항의 한 대안학교에서 홀로 생활해야 했다.

대입의 산을 넘은 그에겐 또 다른 문제가 놓였다.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찾아야 했던 것. 기숙사 경쟁률은 치열했고, 60만~70만원의 월세는 부모님께도 부담이었다. 김씨는 “고시원도 한 달에 50만원은 줘야 했다”며 “월세보다 두려웠던 건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A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한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언니 자취방에서 같이 살고 싶다”고 부탁한 지 한 달여 뒤, 언니는 “미국 대학원 진학이 확정돼 곧 월세방을 정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벼락치기로 셋방을 구해야 했던 김씨는 최근 학사관을 세운 어느 교회에서 입사생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학사관 위치는 서울 동작구 상도역 바로 앞. 보증금 100만원은 돌려주고, 관리비는 매달 5만원에 불과했다. 거주는 4년까지 가능했다. 무엇보다 “주거 안정과 함께 영적 사회적 안정을 제공한다”는 모집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김씨가 지난달 초 들어간 학사관은 서울 신용산교회(오원석 목사) 드림하우스다. 자립준비청년과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방 출신 여학생들을 위해 교회가 27억원을 들여 지난 1월 세웠다. 김씨는 “신앙 안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며 교회 공동체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고난주간엔 룸메이트와 미디어 금식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2인 1실 원룸 16실이 들어선 학사관엔 몇 가지 운영원칙이 있다. 자립준비청년만 선발하지 않기, 교인에겐 누가 자립준비청년인지 밝히지 않기, 입사생은 주일 청년예배와 학사관 경건회에 필참하기. 오원석 목사는 “자립준비청년만 학사관에 모이면 이들에게는 또 다른 보육원과 다름없는 환경이 될 수 있다”며 “평범한 청년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살아갈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학사관 외에도 어려운 청년들의 삶을 부축하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는 지난 18일부터 3주간 주말마다 ‘자립준비청년과 탈북민 자녀 후원을 위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연다. 김동민(70) 신용산교회 집사가 교회에 기증한 김기창 박창돈 이종상 이왈종 이철경 강연균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판매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과 탈북민 자녀 후원금으로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오 목사는 “가장 환대받아야 할 가정에서 거절당한 청년들을 교회가 품어야 한다”며 “예수님께서 살려주신 이들도 대다수가 청년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그네처럼 삶의 경계에서 홀로 선 청년들에게 교회는 안전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