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쿼드러플 극복하고 컷 통과한 최경주의 메시지

입력 2025-05-24 00:18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CC에서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엄재웅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며 격려하고 있는 최경주(오른쪽). KPGA 제공

기상 악화로 골프대회가 파행 운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도 그랬다. 당초 이 대회는 4라운드로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었으나 3라운드 54홀 경기로 챔피언이 결정됐다.

대회 마지막 날에 가서야 컷이 결정됐을 만큼 출전 선수를 비롯, 대회 관계자 모두가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연장 승부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엄재웅(34·우성종합건설)도 대회 최종일인 18일 하루에만 총 37홀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런 가운데 유의미한 기록도 있었다. 주인공은 최경주다. 그는 이번 대회를 공동 33위(최종 합계 3언더파 210타)로 마쳤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받아 쥔 성적표가 아니다. 그가 대회 최다인 22번째 컷 통과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과정은 극적이었다. 17일 1라운드 4번 홀(파5)까지 1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하지만 5번 홀(파3)에서 최악의 참사를 맛봤다. 두 차례나 연거푸 티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져 4타를 잃는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그리고 이어진 6번 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잃었다.

복구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경주는 최경주였다. 그는 남은 12개 홀에서 더 타수를 잃지 않고 3타를 줄여 1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리고 곧장 이어진 2라운드에서 일몰로 경기가 중단된 16번 홀까지 3언더파를 기록했다. 다음 날 속개된 3개홀 잔여 경기에서 모두 파를 잡아 중간합계 2언더파 140타로 기어이 컷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컷 기준타수는 1언더파 141타였다.

최경주는 지금껏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몸 컨디션이 극도로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곤 중도에 경기를 포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실수로 스코어가 좋지 않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5번 홀처럼 경기가 잘 안 풀릴 때가 종종 있다. 물론 화가 난다. 하지만 그 심리 상태가 표정으로 나오면 안된다”라며 “힘들더라도 내 스윙을 믿고 지나간 실수는 빨리 잊는 게 좋다. 요즘 젊은 선수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코스에서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려는 습성이 몸에 밴 것이다. 그의 그런 행동은 동반자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컷 통과에 실패한 1, 2라운드 동반자 박상현은 “경기 몰입도는 말할 것도 없고 관리 여하에 따라 경쟁력은 달라진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오는 7월 17일 북아일랜드 포트러쉬의 로얄 포트러쉬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디오픈에 출전한다. 작년 시니어투어 메이저대회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이다. PGA투어 통산 499번째 대회 출전이다.

그는 “통산 500번째 출전까지 딱 한 차례만 남았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지난 4월에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린 PGA투어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에 출전 가능성이 큰 대기 1번이어서 가서 기다렸다 헛걸음치고 돌아왔다”라며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출전 가능성이 큰 대회는 계속 두드릴 생각이다”고 500회 출전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최경주는 오는 9월에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리는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기 위해 또다시 국내 골프팬들을 만나게 된다. 4개월 뒤 여정에서 사랑하는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그가 남길 ‘메시지’가 벌써 기다려진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