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최고수’ 정환, “골프는 나의 인생”

입력 2025-05-24 00:17
골프를 통해 끝없는 도전을 즐긴다는 정환 회장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KGA 제공

1971년 69세의 나이로 작고한 보비 존스를 후대들은 골프 성인이라는 의미의 ‘구성(球聖)’으로 부르며 칭송한다. 그는 골프 역사상 유일하게 한해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다. 존스는 28세이던 1930년 5월 디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디 오픈(6월), US오픈(7월), 그리고 US아마추어(9월)까지 당시 4대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석권했다. 그것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대위업을 달성한 뒤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도 그의 영화 같은 골프 인생을 얘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최정상의 자리를 과감히 내던진 뒤에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과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라는 위대한 골프 유산을 남기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그런 존스를 닮아 가려는 사람이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참마루건설과 ㈜꿈을짓는사람들 대표이자 아마추어 골프 최강자 정환(63) 회장이다. 그는 국내외 아마추어 대회서 총 42차례(해외 4승 포함)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주말 골퍼들의 로망인 클럽 챔피언은 2001년 양주CC를 시작으로 서울CC, 뉴코리아CC 등 8개 골프장에서 총 38회나 이름을 올렸다. 클럽 챔피언 최다승 기네스 세계 기록이다.

2015년 참마루건설배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정 회장.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제공

정 회장은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과 사랑의 버디회를 창립해 올바른 골프 문화를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32회째인 내셔널 타이틀 대회 참마루건설배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2010년부터 줄곧 후원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 참마루건설 시니어오픈 메인 스폰서도 맡고 있다.

참마루건설배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개막에 앞서 만난 그는 “왜 프로 전향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업가로서 제 본분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골프를 즐겁게 하면서 기회가 되면 아마추어 골프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게 됐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서른 살이던 1993년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큰 형님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초중고 시절에 배구, 축구 종목 학교 대표로 활동했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그는 골프 입문 1년 만에 완벽한 싱글 골퍼가 됐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모든 운동을 좋아했는데 골프를 접하고 난 뒤 그 매력에 빠져 골프만 하게 됐다”라며 “골프는 나의 인생 스포츠가 됐다. 단순히 체력 단련과 건강 관리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골프를 통해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통해 터득한 깨달음으로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조절 능력”을 꼽았다.

38회 클럽 챔피언 중 첫 번째 도전에서는 100% 왕좌를 차지한 것도 오로지 그만 가지고 있는 진기록이다. 그 원동력이 ‘집중’이라고 밝힌 정 회장은 “양주CC 챔피언이 처음 되고 나서 국내 클럽 챔피언 1인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라며 “2016년에 양주CC와 레이크우드CC 챔피언이 되면서 25번째 클럽 챔피언에 올라 이종민 챔피언이 보유 중이던 최다 기록(24회)을 경신할 수 있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는 이어 “내가 세운 기록을 경신해 나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내가 참 괜찮은 골퍼’라는 생각이 들어 참 뿌듯하다”라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도전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고 했다.

그가 지금도 골프 연습과 체력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다. 그 덕에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60야드는 아직도 거뜬하다. 그러기까지는 금욕주의에 가까운 철저한 자기 관리도 한몫하고 있다. 정 회장은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가 올해로 30년째다.

정 회장 가족이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모습. 참마루건설 제공

가족의 응원과 배려도 이른바 ‘정환 골프’의 빼놓을 수 없는 원천이다. 골프는 이들 가족의 소통 창구다. 아내도 일찍이 골프를 배워 완벽한 싱글이다. 아들 윤은 KPGA투어 프로로 활동 중이다. 컬럼비아 대학 출신인 딸 다희양도 미국서 프로 생활을 하다 현재는 국내로 들어와 활동 중이다.

그는 후진 양성 등 골프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정 회장은 “나는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에도 도움을 받았다”라며 “내가 골프에서 얻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이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