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베트남 밸리, 인구절벽 봉화 되살릴 획기적 사업 될 것”

입력 2025-05-26 02:18
박현국 경북 봉화군수가 2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봉화군은 현재 인구증가 프로젝트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 군수는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닌, 소멸하는 지방을 되살리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봉화군 제공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인구절벽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인구증가 프로젝트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은 국내 유일 베트남 리 왕조 유적지 개발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 증진은 물론, 다문화인들 유입 및 교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베트남 리 왕조를 기리는 충효당이 자리 잡고 있는 봉화군 봉성면 일대에 베트남 역사공원과 베트남 길, 베트남 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다른 지자체들과는 차별화된 인구유입 정책으로 중앙정부 및 베트남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국민일보는 25일 박현국 봉화군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은 타 지자체와 확연히 차별화된 정책이다. 그 중심에 있는 베트남 리 왕조는 무엇인가.

“베트남 리 왕조는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난 최초 장기 독립 왕조이다. 따라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리 왕조 위상은 독보적이다. 리 왕조 6대 황제 영종의 아들 이용상(1174~? 화산 이씨 시조)은 중국계 진씨 왕족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탈출해 1226년 고려 옹진 화산에 정착했다. 그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봉화군 봉성면에는 이용상의 13세손(리 왕조를 세운 이공온의 20세손) 이장발(李長發·1574~1592)의 충효를 기리는 충효당(문화재자료 제466호)이 있다. 이장발은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19세 어린 나이로 편모슬하 가장이면서도 모친의 허락을 받고 전장으로 달려가 문경새재에서 혈전 끝에 전사했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볼 때 리 왕조 후손이 800여 년간 봉화에 살면서 많은 문화적 흔적을 남겼다. 국내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은 25만여명, 우리나라를 찾는 한 해 베트남 관광객은 4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을 통해 베트남 이주민은 물론 유학생과 다문화가족들, 베트남 여행객들을 봉화로 유치하려한다.”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봉화는 베트남 리 왕조 후손의 유적(충효당, 유허비, 재실 등)이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직계 종손 및 후손들도 거주하고 있다. 이 역사적 연원을 바탕으로 한-베 양국을 잇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 거점이 될 수 있는 베트남 다문화인들의 요람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특히 가속화 되고 있는 봉화군의 지방소멸 위기를 다문화국제학교, 진로연계센터, 관광 등으로 생활인구 증대를 통해 극복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주요 시설로 베트남 리 왕조 유적지 조성, 한-베 역사문화콘텐츠 센터, 연수·숙박시설, 다문화국제학교, 진로연계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소요 비용과 시간은 어떻게 되나.

“사업비는 총 2000억원 정도다. 국비 1000억원, 도비 210억원, 군비 490억원, 민자 300억원이다. 사업기간은 2033년까지 10여년이 걸린다. 해당 부지는 11만8890㎡ 규모다.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경상북도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산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베트남 현지 반응은 어떤가.

“충효당 사람들이 살던 마을을 둘레로 해서 조금씩 변화가 있다. 베트남 교육부 장관으로 거론되던 교수 한 분도 몇 년 전 봉화로 이사를 왔다. 이들은 리 왕조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높다. 문체부에서는 봉화에 정착한 리 왕조 후손들의 800년 세월을 드라마 또는 영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웹툰 등으로 제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베트남에 뿌리면 큰 효과가 기대된다. 베트남의 한-베 의원 연맹은 물론 베트남에 나와 있는 삼성그룹도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만간 베트남 정부와도 투자 관련 협의를 진행시킬 계획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모범적인 정책으로 남을 것 같은데.

“이 사업은 단순히 베트남 5대 명승 조형물 몇 개를 설치한 후 관광객이나 이주민을 유치하려는 사업이 아니다. 인구유입은 물론 정부에서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생활인구 증가 효과까지 거두려면 한국 거주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지와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고 교육 문제 등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최소 10년은 걸려야 정착 인구가 늘 것이다. 이 사업은 인구 증가 정책의 국제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사업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닌, 소멸하는 지방을 되살리기 위한 절박한 생존전략이다. 인구절벽과 공동화라는 시대적 위기 앞에서 이 프로젝트에 ‘정주(定住)’라는 희망을 걸었다. 처음엔 관광 위주의 사업이었지만, 철학과 방향성을 송두리째 바꿨다. ‘체류’ 대신 ‘정착’, ‘방문’ 대신 ‘삶’을 선택했다. 봉화가 맞닥뜨린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할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사업은 이제 지방 차원의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적 관심과 외교·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창평리는 단순한 역사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한국 속의 베트남’으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