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DM] 왜 하나님은 기도에 빨리 응답하지 않으실까

입력 2025-05-26 03:14 수정 2025-05-26 03:14

Q : 교회에서 친구랑 대화를 했는데 심하게 낙심해 있더라고요. 자신은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매일 기도했는데 응답해 주시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의문이 솟았어요.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 기도에 빨리 응답해 주시지 않는 거죠.

A : 그 친구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구나. 하지만 둘 다 먼저 기도를 배울 필요가 있을 거 같아. 만일 하나님께서 우리가 무엇을 기도하든 5분 안에 모두 응답해 주신다고 해보자. 우리는 5분 이상 기도하게 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우리는 하나님과의 기도를 일종의 자판기처럼 여기게 되겠지. 그런데 이건 기도의 본질이 아니야. 기도의 본질은 응답이 아니라 ‘교제’거든. 하나님께선 필요한 것을 공급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리 죄에 이끌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구할 때 거절하시기도 하시지. 마치 아이가 위험한 칼을 달라고 할 때 아버지가 거절할 때와 같이 말이야.

내가 청소년기에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셨기 때문에 늘 바쁘셔서 자주 함께 있진 못했어. 부모님은 용돈을 늘 넉넉하게 주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월말이 되기 전에 다 써버리곤 했지. 그래서 용돈이 필요하면 슬금슬금 아버지에게 다가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어. 아버지는 나를 앉혀 놓고 꾸지람과 함께 여러 조언을 해주셨지. 하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오직 돈뿐이었기 때문에 그 대화가 즐겁지는 않았어. 그래도 아버지는 인내심을 갖고 나와 대화를 이어가시고는 추가 용돈을 주시곤 했지. 나야 뭐 돈을 받자마자 집 밖으로 튀어나갔고.

나는 아버지와 대화를 한 대가로 3만원을 번 것일까. 당연히 아니지. 아버지께서 내게 용돈을 주신 건 나를 사랑해서 주신 것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대화를 거부하고 “대화 따윈 필요 없고 용돈이나 달라니까요”라고 말했다면 아버지가 용돈을 주셨을까.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 우리는 물어볼 수 있지. “용돈을 준 것이 대화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용돈을 줄 리 없다니. 그렇다면 대화는 왜 하는 겁니까.”

왜긴. 아버지와의 교제를 위해서지. 용돈을 주신 것은 내 노동(대화)의 대가가 아니야. 오히려 대화를 노동으로 생각한 것이 아버지를 향한 모욕이지. 용돈은 아버지가 내게 주신 값없는 선물이었어. 기도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하나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란다. 하나님이 우리의 최고의 보상이란다.

이정규 목사(시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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